올 여름 제주서 반딧불이 체험 어때요?

김형욱 기자I 2018.04.01 13:30:00

본격 손님맞이 나선 제주 농촌현장 가보니
생산부터 관광까지…6차산업 ‘현재진행형’
웃뜨르 권역·제주밭담마을 이색 체험현장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곶자면 반딧불이. (사진=제주관광공사)


[제주=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번 제주여행 땐 산도 바다도 아닌 웃뜨르 마을(권역)에서 다양한 농촌 체험을 해 보는 건 어때요.”

지난달 28~29일 찾은 제주 농촌 현장은 본격 관광객 맞이로 분주했다. 4월이면 벚꽃, 유채꽃이 만개한다. 한라산, 바닷가를 잇는 올레길과 함께 매년 1400만명의 관광객을 찾게 하는 제주 천혜의 관광 자원이 꽃피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주에 단순히 자연 볼거리만 있는 건 아니다. 66만 제주 도민, 이중 약 9만명의 제주 농업인은 스스로 관광 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제품화하고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1~3차 산업을 아우르는 이른바 ‘6차산업’이다. 관광객으로서도 좀 더 생생한 제주를 체험할 수 있다.

◇반딧불이·승마 체험 함께하는 웃뜨르 마을

대표적인 지역이 제주시 한경면 낙천·산양·저지·청수리 등으로 묶인 ‘웃뜨르 권역’이다. 제주 서부 내륙 지역인 이곳에선 6~8월 반딧불이 체험은 물론 말이나 전기 자전거를 타고 마을의 이색 볼거리를 체험할 수 있다. ‘웃뜨르’는 위쪽 들녘이란 뜻의 제주 방언이다. 원래 제주 내 해안에서 벗어난 해발 100~400m의 척박한 산 중턱을 뜻한다. 제주는 원래 용천수가 나오는 해안 위주로 거주 공간이 형성됐다. 안 그래도 가난했던 제주 섬 안에서도 웃뜨르 지역은 더 어려웠던 삶이 녹아 있다.

지금은 다르다. 웃뜨르란 공동 브랜드는 농촌 마을 관광상품화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청수리 곶자왈 주민은 반딧불이 서식지 인근에 힘을 모아 경마장에서 은퇴한 말을 사들여 승마 체험을 시작했다. 안전을 위해 전문 교관을 채용했다. 전기자전거를 들여오고 한라봉, 천혜향 무인판매대를 설치했다. 낙천리에선 인근 국제학교 학생들과 함께 이색 의자를 전시하는 ‘낙천의자공원’을 조성했다. 각기 특색을 가진 23개 마을이 힘을 모아 축제를 열었다.

웃뜨르 권역의 다양한 체험 마을 모습. 김형욱 기자


웃뜨르 권역 마을엔 현재 연 20만명의 관광객이 온다. 5만여 명이 체험 활동을 한다. 이곳 인구도 2001년 1987명에서 지난해 2624명으로 600명 이상 늘었다. 늘어난 인구 대부분 30~40대 젊은 층이다. 다른 농촌 지역에선 이들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자 벤치마킹을 온다.

이들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승마체험만으론 부족하다는 판단에 승마 대회 개최나 결혼과 연계한 이벤트, 관련 상품 판매를 추진한다. 올레길의 지류 격인 잡길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제주 올레길은 원래 해안가뿐 아니라 제주 내륙지역까지 연결돼 있다. 사단법인 웃뜨르운영협의회의 임안순 회장은 “6~8월엔 반딧불이를 보러 주말엔 하루 1200~1500명의 관광객이 온다”며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발전시켜 관광객이 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만의 농촌 정취에 ‘흠뻑’…월정리 밭담길

제주 농촌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밭담테마공원도 또 다른 볼거리다. 돌을 쌓아 밭을 구획한 푸른 밭 사이를 거닐다 보면 바닷길과는 또 다른 제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밭담은 밭 주위에 돌을 쌓아 만든 밭이다. 땅을 일구며 나온 돌을 밭 주변에 쌓아 바람을 막는 과정에서 밭담이 형성된 것이다. 제주는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三多島)라고도 불린다. 토양엔 돌이 많고 태풍이 잦아 농사가 어려운 이곳 환경에서 자연스레 생겨났다. 척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풍습이지만 이젠 관광자원이 됐다. 2014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로 등재됐다. 월정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당처물동굴, 용천동굴 등 용암동굴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 테마공원에는 실제 농사를 짓는 밭을 둘러볼 수 있는 약 40분 코스(2.5㎞)의 밭담길이 조성돼 있다. 또 옛 제주민의 다양한 돌 활용법도 소개한다. 제주밭담6차산업화사업기반구축산업단 단장인 강승진 박사는 “밭담은 강한 바람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는 옛 제주인의 지혜가 담긴 기술”이라며 “지금도 마을마다 밭담을 쌓는 전문가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봉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농촌 마을이 관광상품화하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은 물론 체험한 관광객의 농산물 구매·충성도도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며 “농촌 마을이 저마다 가진 강점을 살려 연계하고 협력한다면 농촌과 관광객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밭담테마공원.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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