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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박연욱)는 고(故) 이은주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숨진 이씨는 17살이 되던 1993년 삼성전자(005930) 반도체사업부 온양사업장 2라인에 입사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6년간 근무하다가 1999년 자주 구토하고 복부 팽만을 느껴 퇴사했다. 그는 이듬해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왼쪽 난소에 퍼진 경계성 종양을 발견하고 절제했다.
이씨는 2004년 8월 또다시 난소와 직장에 퍼진 악성종양을 발견하고 모두 제거했다. 그러나 그는 2011년 난소암이 다른 장기로 퍼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2년 이씨는 온몸으로 퍼진 종양 때문에 사망했다.
이씨 아버지는 그해 근로복지공단에 “이씨가 업무상 재해로 숨졌다”며 유족급여와 장례 비용을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그해 6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이씨의 사망 원인이 직업성 질환인지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이 연구원은 2013년 근로복지공단에 “난소암과 관련 있는 유해물질은 석면, 탈크, 방사선 등이 있는데 이씨가 근무한 작업장에서는 이런 물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보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더불어 이씨 유족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난소암이 발병한 원인을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더라도 숨진 이씨는 상당한 기간 주야 교대 근무하면서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됐다”라며 “이씨가 반도체 금선연결 공정에서 근무하면서 유해 화학물질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숨진 이씨에게 발병한 점액성 난소암은 발병률이 낮은 질병으로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이씨가 근무하던 환경 등 유해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난소암을 앓다가 숨졌다고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그동안 난소암은 3군 질환으로 분류돼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는데 이번 판결로 삼성이 정한 보상 절차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걸 드러냈다”라며 “삼성은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기준과 내용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