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제주도에서 신약개발 꿈 키워요"

천승현 기자I 2012.03.16 12:30:00

(별난사람 별난직업)이광인 한국BMI 사장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6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공기 좋고 인심 후하고 우수 인력도 풍부한데 이 정도로 완벽한 환경이 있을까요."

경기도 의왕시에 소재한 한국BMI 서울·경기 사무소에서 만난 이광인 한국BMI 사장은 ''제주 예찬론''을 멈추지 않았다. 이 회사는 제주도에 설립된 유일한 제약사로 지난 2010년 10월 제주에 새 둥지를 텄다.

이광인 사장은 지난 2005년 직접 한국BMI를 설립하며 제약업계에 뛰어들었다.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나와 10년 정도 약국을 운영했고, 의약품 도매상, 원료수입업체, 제약사 개발부 등에서 일하다가 "제대로된 제약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제약사 설립을 결심했다.

▲ 이광인 한국BMI 사장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우구 사장을 비롯해 당시 제약업계에서 일하면서 알게된 현재 동료들과 의기 투합해 총 20억원을 투자, 경기도 향남에 있던 오랜 공장을 인수했다.

이 사장은 "국내를 비롯해 해외시장에서 요구하는 시설 기준도 높아지는데 향남 공장은 너무 낡아서 새로 지어야할 형편이었다.
 
이때 제주도가 제안한 조건이 너무 좋아 공장 이전을 결심했다"며 제주도로 회사를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총 110억원을 투입,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내 1만4000㎡ 부지를 매입하고 2400㎡ 규모의 공장과 연구시설을 설립했다. 땅값 16억원중 11억원을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았다. 각종 세제지원도 약속받았다.

의약품의 경우 제조소가 변경되면 사실상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공장을 이전하는데 꼬박 3년이 소요된 이유다.

공장 이전 기간 동안 맘고생도 많았지만 제주도 이전 이후 모든 것이 뿌듯하기만 하다는게 이 사장의 소감이다. 평택항으로 운항하는 화물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으로 거래처까지 의약품이 도착할 때까지 꼬박 한나절이 걸리는 불편함 정도만이 조그만 아쉬움이다.

무엇보다 제주도의 우수 인력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사장이 꼽은 최고의 장점이다.

"경기도 향남에 있었을 때는 우수 인력을 뽑기 쉽지 않았어요. 실업난이 심각하다고는 하지만 전문 인력들이 중소기업으로 오려고 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제주도로 이전한 후 제주대학교 화학과, 생물학과 출신 30명 정도를 채용하면서 인력난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한다. 현재 전체 인력의 절반 정도가 제주 출신이다. 지자체로부터 일자리 창출 공로로 칭찬받는 것은 보너스.

특히 제약사에서 은퇴한 숙련된 인력을 팀장급으로 영입하면서 고급 인력 수급난을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제주대학의 의과대학, 수의과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하는 산학연계 효과는 제주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다.

이광인 사장은 "지금은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성과도 없는 중소제약사에 불과하지만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BMI는 연 매출 100억원 정도에 불과한 중소업체지만,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에 근무하는 65명중 15명이 연구인력이다.

이 회사는 한국노바티스의 신장세포암치료제 ''프로류킨주''의 바이오시밀러 ''인터류킨-2‘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백내장이 재발하는 후발성 백내장을 치료하는 복합신약도 가톨릭대 의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2015년 이후 발매 계획이지만 전 세계 시장 규모가 각각 10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시장성은 크다.

정부로부터 총 30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정도로 사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제주지역의 해양자원을 활용한 당뇨치료 효능을 가지는 천연물 신약 소재 개발 연구도 제주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중이다.

한국BMI는 지난해 11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제주도 이전할 때 은행에서 수십억원을 빌려 아직까지 자금이 여유가 없는 사정이지만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으로 1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국내제약사중 연구개발비를 매출의 10% 이상을 투입하는 업체는 2~3곳에 불과하다.

한국BMI는 신약 연구 성과가 나올때까지는 복제약을 팔아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제약 분야도 철분결핍증치료제, 항바이러스치료제 등 다른 제약사들이 뛰어들지 않는 영역을 타깃으로 한다. 이름값에 밀리는 중소제약사 현실상 같은 복제약이라도 대형제약사와 경쟁 상대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속적으로 정부로부터 투자를 지원받을 수는 없다. 임직원들이 먹고 살만한 실적이 있어야만 연구도 계속할 수 있다. 신약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차별화된 복제약을 통해 연구비를 조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2014년께 상장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광인 사장은 지난 1년 반 정도를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바쁘게 살아왔지만 언젠가는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평생 제주도맨이 되고 싶다고 한다.

"제주도만큼 살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요. 앞으로도 제주도에서만 기업을 운영하면서 제주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신약을 기필코 배출해낼 계획입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온 가족이 제주로 이사가서 평생 살고 싶어요."

이광인 사장은 1958년 강원도 영월 출생으로 1980년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의약품 유통업체인 닥터팜 대표이사를 맡았고 삼성신약 개발부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5년 한국BMI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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