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현대증권 노조가 처음으로 "이번 자금의 뒤에는 넥스젠캐피탈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은 이후 넥스젠캐피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지만 실체를 알 수 없어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5일 현대그룹이 채권단에게 제출한 대출확인서의 서명 주체가 넥스젠캐피탈 소속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자금 논란의 중심에 넥스젠캐피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06년 현대상선과 '주식 스왑'으로 첫 인연
넥스젠캐피탈은 나티시스 은행의 자회사 중 인수합병과 관련한 구조화 금융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다. 넥스젠캐피탈은 유럽과 아시아지역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장외파생상품 전문 운용사로,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손자회사다.
이미 지난 2006년 현대상선(011200) 자사주 620만주를 보유한 현대그룹의 우호세력으로, 당시 넥스젠은 주식 매입대금에 대한 이자비용과 5년 뒤 주식을 처분해 생기는 이익의 20%를 현대그룹에서 받기로 한 '주식 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주가 하락시 현대그룹이 그 손실을 메워주기로 한 조건도 담겨 있었다.
넥스젠캐피탈은 현대그룹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국내기업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공통점은 손실은 상대방이 전액 보존해주는 안전한 조건의 '에쿼티 스왑(Equity Swap)'을 통해 넥스젠은 손실을 전혀 보지 않는 고도로 구조화된 계약을 주로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이번 논란에 있어 가장 핵심이다. 넥스젠캐피탈의 그간의 행태로 짐작컨대 이번 건도 그와 같은 고도의 정교한 기법으로 설계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결국엔 현대그룹이 모든 손실을 떠안고 가야 하는 구조로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여기에 수차례에 걸친 채권단과 시장, 언론 등의 자금출처를 밝히라는 요구에도 현대그룹이 끝내 입을 다물었던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금 급한 기업에 접근..유리한 옵션으로 수익 '극대화'
넥스젠캐피탈은 특히 자금이 긴급히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또 외국계 자본이라는 후광을 이용해 외국인이 대규모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착각해 주가가 급등케 한 후 주식을 대리 매각해 단기차익을 실현하는 구조의 금융기법을 사용해왔다.
지난 2002년 넥스젠은 93억 원의 전환사채 청구권을 행사, 한글과컴퓨터의 새로운 최대주주(8.62%)로 올라섰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된 지 한달 만에 보유한 전환주식을 전량 매각해 초단기차익을 실현했다.
2004년에는 일진전기 주식 396만주(10.0%)를 사들였다. 외국계 투자사가 지분 10%를 확보했다는 소식에 일진전기의 주가는 급등했고 넥스젠은 보유 지분 중 절반 가까이를 불과 3일 만에 장내에서 처분했다.
여기에는 일진전기의 주가가 하락해 넥스젠이 일진전기의 주식을 매각한 기준가가 일정 수준을 하회할 경우 일진다이아몬드가 손실분을 전액 물어주는 조건의 옵션계약도 있었다.
이밖에도 넥스젠캐피탈은 상장법인 지누스를 비롯, 등록법인 이지클럽, 신한SIT, 우영 등 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위주의 투자를 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우영이 이런 방식으로 넥스젠으로부터 39억 원을 조달했는데 이 또한 주가가 신주발행가격 아래로 떨어질 경우, 그 차액은 우영이 보전해주고 주가가 오를 경우 초과수익을 우영과 넥스젠이 나눠 갖는 조건이었다.
◇나티시스銀도 같은 전력..현대차 "예의주시"
넥스젠캐피탈의 모회사인 나티시스 은행도 국내에서 고수익 구조화 상품을 제안한 전례가 있다. 지난 4월 진로주식을 담보로 나티시스는 7500만 달러를 먼저 대출해주고 얼마 후 나머지 2500만 달러를 대출하는 조건을 걸었다.
초기에 7500만 달러를 빌려주지만 쿠션 기간이 지난 후 담보 주식의 주가가 상승하면 그 상승분의 75%만큼을 계약을 통해 더 대출받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반대로 쿠션 기간이 지난 후 담보 주식 주가가 하락하면 그 만큼 차입자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품으로 철저히 나티시스에 유리한 구조였다.
업계에서는 넥스젠캐피탈의 전력을 볼때 이번 건에도 같은 기법이 적용되지 않았겠는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이 인수전 막판에 전략적 투자자인 독일의 M+W그룹을 잃은데다, 유치하려했던 중동계 자금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현대그룹의 입장에선 이미 거래 경험이 있는 넥스젠캐피탈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즉, 현대건설(000720) 인수전의 승리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여기고 자금조달이 급했던 현대그룹으로서는 상당히 불리하게 구조화된 조건이었다 하더라도 이를 수락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005380)그룹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해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채권단의 자료 제출 기한이 오는 7일인 만큼 그 때까지 현대그룹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살펴 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이번 자금의 주체가 넥스젠캐피탈로 밝혀진다면 이번 사안은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현재 모든 키를 쥐고 있는 현대그룹만이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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