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가량 남은 수도권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파업을 앞두고 업계 관계자에게 진행 상황을 물어봤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 같이 반응했다. 매년 파업을 시작하고 운송비를 인상하는 구조가 고착돼 큰 감흥이 없어 보였다.
“파업도 장마철을 2~3주 앞둔 시점에 하잖아죠. 비 오면 어차피 공 치니까요.”
또 다른 관계자의 반응도 무심했다. 수도권 조합원들의 87.8%나 찬성한 쟁의를 앞두고 있는데도 전운보다 익숙함이 감돌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았다.
레미콘 운송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거의 매년 되풀이되고 거의 매년 운송비가 오른다. 가격이 오를만한 유인이 크게 없는데도 파업이 이뤄지고 운송비가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모래, 자갈, 물에 나프타 기반의 혼화제 등을 배합해 만든다. 이 레미콘은 90분 내에 타설을 하지 않으면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운송이 중요하다. 오르는 유류비가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늘어나는 비용은 모두 레미콘 제조사가 책임진다. 레미콘 단가가 오르는 것은 건설사와의 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고 믹서트럭의 유류비 역시 오르는 대로 반영해 제조사가 지급한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원가 변동과 하등 무관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례행사’는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까지도 볼모로 잡았다. 전국에 2만6000여대 뿐인 한정된 재화가 시장 구조를 굳혔기 때문이다. 믹서트럭 수급 정책은 18년째 철옹성이다.
첨단 반도체 공정과 인공지능,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가 소요되는 국가 전략 산업도 결국 콘크리트 위에 세워진다. 이 콘크리트 공급망이 매년 같은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면 문제는 파업이 아니라 레미콘 산업 구조에 있다.
믹서트럭의 절대적 지위 덕에 올해도 협상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파업이 문제가 아니라 파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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