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생존구도 결정할 17일 대법원 판결

류성 기자I 2019.01.14 08:47:49

국내제약사 오리지널 특허약품 특허침해 여부 결정
패소시 다국적 제약사 오리지널 특허침해 소송 봇물
매출 절반 제네릭 의존해온 국내제약업계 큰 파장예상
염 변경 제네릭으로 특허회피해온 국내 제약업계 초긴장

[이데일리 류성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오는 17일 대법원의 한 특허권 침해소송에 대한 최종선고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 선고 결과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제네릭 의존도가 평균 절반가량 차지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생존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다.

대법원은 17일 다국적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국내 중소제약사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제기한 배뇨장애 치료 성분 ‘솔리페나신’의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 대한 최종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번 최종선고에 국내 제약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는 코아팜바이오가 패소할 경우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기존 특허전략 자체가 무력화되는등 전체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수 있어서다.사안이 중차대하다보니 국내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까지 나서 최근 해당 선고와 관련해 협회의 공식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는등 코아팜바이오를 측면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아스텔라스와 코아팜간 분쟁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염(촉매제)변경 약물로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 회피 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선고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이 소송골자는 아스텔라스가 코아팜에 대해 자사의 솔리페나신을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을 출시한 것이 특허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코아팜은 솔리페나신에 사용하는 염(촉매제)과 다른 성분을 썼기 때문에 특허침해가 아니다는 논리다.

아스텔라스는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사로 지난해 매출 13조원을 기록했다. 코아팜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중소제약사로 지난해 매출 규모는 100억원 안팎.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만약 코아팜이 이 최종선고에서 패소하면 이미 발매된 130여개 제품과 계류 중인 170여 사건 등에서도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특허소송 전선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앞으로 국내제약업계가 그간 염을 바꿔 오리지널 특허를 회피해온 전략도 무용지물이 된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20년 신약특허기간이 만료되면 기존 오리지널과 다른 염(촉매제)을 붙여 특허를 무력화시키면서 제네릭을 조기출시하는 전략을 펴왔다. 합성의약품은 ‘유효성분’과 약제의 안정성 등을 높이기 위해 ‘염’을 붙이는 형태로 주성분이 구성된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염을 달리해 오리지널 특허를 회피한 대표적인 의약품이 금연약 ‘챔픽스’의 후발 주자들이다. 오리지널인 챔픽스는 바레니클린이란 유효성분에 타르타르산염을 붙였지만, 국내 다수 제약사들은 바레니클린에 베신산염, 살리실산염 등 다른 염을 붙이는 방식으로 특허를 피한 뒤 제품을 출시했다.

지금까지 양사가 주고 받은 소송 성적표를 보면 코아팜이 1,2심에서 모두 승소(특허권 침해금지)했다. 하지만 대법 선고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어 제약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있다. 이번 대법 최종선고가 기존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하는 근거는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일본 등 제약 선진국들은 ‘유효성분(솔리페나신)’만으로도 특허 권리 범위를 넓게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1개의 허가 특허제품에 특허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다수의 특허를 추가해 지속적으로 특허기간을 연장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는 대신 염을 달리한 제네릭에 대해서는 특허침해가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제약업계는 “미국과 유럽 등 제약 선진국에서는 특허 연장을 위해 붙이는 후속 특허를 1개로 제한하지만,한국은 무제한 붙일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있다”며 “이 때문에 이번 대법 선고에서 기존 판결이 번복되면 한국은 다국적 제약사에게 가장 유리한 특허보호환경을 선물하게 된다”고 우려하고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전략 연구 모임인 제약특허연구회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이번 대법 선고 결과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들 단체는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발명의 특허권 효력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기존의 특허법원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미 한국은 제약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보다 특허 연장등록의 대상 범위를 넓게 해석해 다국적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만큼, 염을 달리해 특허권을 무력화시키는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도전을 차단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윤호 제약특허연구회 회장은 “이번 대법 판결에서 코아팜이 패소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은 염 변경을 통한 차별화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 및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면서 “그동안 염 변경 제품을 개발한 회사들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특허권자의 손해배상 소송,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 제한, 건강보험 재정의 손실 등 다양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장은 “염 변경 의약품 등 개량신약은 제네릭에서 신약개발로 전환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의 중간 단계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염 변경 의약품은 안전성, 유효성을 별도로 평가해야 하고 관련 제제개발 및 임상시험(1상)을 통해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오리지널 의약품과 서로 명확히 구분되는 의약품이다”고 강조했다.

코아팜바이오와 특허소송을 전개중인 일본 동경에 자리잡은 아스텔레스 본사 전경. 구글맵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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