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증시 부진에도…증권사 3분기실적 기대 커진 이유는

김재은 기자I 2018.09.02 12:20:00

금통위 9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경기 안 좋아 금리인상 늦어져..채권 유통금리 하락 덕
4Q 금리인상 내비쳤지만 유통금리 급등 `희박`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이광수 기자] 최근 터키발 신흥국 위기,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크게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국은행이 9개월째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한 가운데 경기 불황이 깊어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들은 3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 위기, 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위탁매매 부문은 부진하지만,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수익이 짭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사(55개)들은 지난 상반기 증시 호황 덕에 2조6974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 예상보다 안 좋은 경기…유통금리 ‘추락’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3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4분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고 3년물 금리는 1.916%로 전일대비 6bp 하락했다. 국고 10년물 역시 6bp 떨어진 2.311%를 기록했다. 이날 국고 3년물은 지난해 10월13일 이후 10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증권사들의 채권 관련 이익은 1조5204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4.1%(3862억원) 늘어났다. 2분기에 금리가 소폭 하락하며 채권 처분·평가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유통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은 7월 고용쇼크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한 만큼 3분기 증권사들의 채권 이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연초 이후 1분기 국고 3년물과 10년물은 2.3%대 2.8%대에서 거래됐지만 7월 들어 2.1%대, 2.5%대로 내려앉았고 지난 31일엔 1.9%대 2.3%대로 추락했다. 불과 6개월새 3년물, 10년물은 각각 40bp, 50bp 가량 떨어진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7월 이후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며 증권사 3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됐다”며 “하지만 채권 유통금리가 하락하며 채권 관련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도 사상 최대 규모다. 터키 금융불안 등으로 이머징마켓 중 낮은 위험도를 지닌 한국에서 안전자산인 채권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 한투 22조·미래대우 20.6조 등…금리인상도 괜찮아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채권 보유금액은 2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20조6000억원으로 동일했고, NH투자증권(005940)은 19조6000원으로 전년말에 비해 1조7000억원 줄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 이후 금리인상에 대비해 듀레이션(잔존만기)를 줄여놨지만, 최근 유통금리 하락과 더불어 이를 늘리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 보유 채권의 듀레이션은 통상 0.5~1년이다.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 판매로 유입된 자금중 90% 가량을 국고채와 공사채 등 우량자산에 투자하고, 10%가량 회사채 등에 넣고 있다. 대형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연초에 목표로 한 채권 수익은 이미 달성했다”며 “남은 기간동안 까먹을 수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4분기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유통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채권 시장은 연내 동결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허정인 NH선물 채권연구원은 “4분기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시장 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4분기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고용, 내수 등 수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표가 안 좋아 추가 인상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국증권·한양증권 등 일부 중소형사는 공격적인 채권투자를 통해 3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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