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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볼트 EV 시승기 - 주행거리, 그 이면에 숨은 드라이빙의 즐거움

김학수 기자I 2017.09.11 08:37:11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쉐보레 볼트 EV는 경쟁력이 상당하다. 가격적인 부분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현재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중에서 가장 긴 주행 거리를 자랑하는 쉐보레 볼트 EV는 올해 아쉬움을 남겼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물량 수급이 가장 뼈 아픈 이슈라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지엠은 이 기세를 몰아 내년에는 최대한 넉넉하게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했으니 일단 그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어쨌든, 쉐보레 볼트 EV의 시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만큼 이제는 주행 거리나 효율성 등을 재확인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즐길 수 있는 자동차로서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었다.

쉐보레 볼트 EV는 미묘한 체격을 갖췄다. 실제 4,165mm의 전장과 1,765mm의 전폭 그리고 1,610mm의 전고를 갖춰 해치백과 MPV 사이의 무엇인가를 설명하려는 것 같다. 이러한 특성은 한국지엠 관게자들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는 대목, 그들은 볼트 EV를 ‘어떤 특정한 세그먼트’로 분류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쨌든 볼트 EV의 휠 베이스는 2,600mm로 전장 대비 상당히 긴 편이고 공차중량은 1,620kg으로 배터리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세련되면서도 미래적인 디자인

차체는 쉐보레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듀얼 포트 그릴을 적용한 전면부는 날렵한 헤드라이트와 스포티한 감성이 돋보이는 실루엣이 더해져 경쾌한 감각이 느껴진다. 전기차 고유의 감성이 강조된 아이코닉 함 보다는 ‘쉐보레 브랜드’를 강조하는 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측면은 윈도우 라인에 곡선과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캐릭터 라인을 통해 전면부의 역동성을 이어간다. 전체적인 형상 외에도 C 필러에 ‘플루팅 루프’의 감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더했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깔끔한 해치백의 감각을 강조한 트렁크 게이트를 적용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볼트 EV에는 헤드라이트 라인에 이어 볼트 EV의 레터링을 새기고 리어 콤비네이련 램프 아래에도 볼트 EV의 레터링을 새긴 것 외에는 ‘전기차’의 감성을 드러내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다. 참고로 다이내믹한 감성이 돋보이는 투-톤 타입의 17인치 알로이 휠을 더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앞서 밝혔듯 쉐보레 볼트 EV의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건 억지로 전기차임을 과시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앞으로 전기차 디자인에 중요한 방향성이 될 것 같다. 실제 최근 공개된 신형 리프 역시 전기차의 감성보다는 일반적인 해치백의 감성에 집중한 것이 그 단서일 것이다.

여유로운 패키징의 볼트 EV

패키징 부분에서도 만족스럽다. 사실 쉐보레 볼트 EV는 체격으로만 본다면 키가 조금 큰 B-세그먼트, 즉 소형 차량이라 할 수 있지만 실내 공간은 큰 반전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트 EV를 실제로 본다면 생각보다 콤팩트하게 구성된 차체와 함께 최적화된 패키징을 기반으로 한 여유로운 감성이 돋보인다.

게다가 쉐보레 볼트 EV는 BMW i3와 같이 실용성을 강조할 수 있는 소형 MPV, 혹은 크로스오버의 디자인이 반영되어 그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콤팩트하게 구성한 대시보드와 공간에 초점을 맞춘 씬 시트, 그리고 최적의 패키징이 볼트 EV의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실제 쉐보레 볼트 EV의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공간적인 부분에서 확실한 매력이 전해진다. 볼트 EV의 1열 공간은 시트 크기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고 또 ‘씬(Thin) 시트를 적용해 단단한 감각을 주지만 레그 룸이나 헤드 룸이 모두 만족스러워 체격이 큰 남성도 공간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2열 공간은 여유로운 세단의 감성이 전해진다. 루프 라인의 형상 덕에 헤드룸이 넉넉한 것은 둘째치고 레그룸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게다가 엉덩이 시트의 길이나 크기도 크며 또 시트의 쿠션 자체도 소프트한 편이라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참고로 2열의 바닥이 평평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한편 트렁크 공간은 미니밴과 해치백의 실루엣을 공존시킨 만큼 체급을 뛰어 넘는다. 총 480L에 이르는 만큼 많은 수화물을 적재할 수 있으며 2열 시트는 6:4 비율로 폴딩이 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짐을 적재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갖췄다. 참고로 이 수치는 BMW i3 보다 여유로운 수치다.

2세대 전기차의 시대를 연 볼트 EV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쉐보레 볼트 EV는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연 전기차’의 선봉이 되었다. 이 배경에는 다른 전기차를 압도하는 주행 거리에 있다. 쉐보레는 150kW(204마력) 급 전기 모터를 탑재하고 LG화학에서 공급하는 60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조합했다. 이를통해 경쟁 모델 대비 20~50% 가량 출력이 높은 전기 모터를 탑재하여 주행 성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

한편 주행 거리도 큰 강점이다. 넉넉한 배터리 덕에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383km(복합 기준, 도심 411km, 고속 349km)이며 급속 충전 약 한 시간 내에 80%를, 완속으로는 완전 충전에 약 9시간 45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참고로 전력 효율성은 복합 기준 5.5km/kWh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6.0km/kWh와 5.1km/kWh다.

달리기의 즐거움을 전하는 쉐보레 볼트 EV

흔히 전기차에 기대하는 요소는 친환경성과 효율성에 있다. 하지만 쉐보레 볼트 EV는 생각보다 달리는 즐거움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엑셀레이터 페달을 보다 깊게 밟자 볼트 EV는 아무런 예비 동작 없이 곧바로 전기 모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며 차체를 이끈다.

빠르게 상승하는 속도는 저연비 타이어와 어우러지며 스키드음을 낸다. 제원상으로는 150kW의 출력을 내지만 막상 가속 상황에서 계기판에는 최대 158kW까지 기록되며 넉넉한 출력을 발산한다. 이때 느끼는 가속감은 상당히 인상적인 수준이라 엑셀레이터 페달을 계속 밟고 싶은 욕심을 끌어 낸다.

타이어가 노면을 놓칠 정도의 짜릿한 가속은 가속은 볼트 EV의 속도 제한 구간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터보 차저의 개입 같은 ‘특별함’은 없지만 군더더기 없이 가속하는 볼트 EV는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단순한 출력과 가속 성능 외에도 기본적인 움직임이 무척 우수하다. 조향에 대한 감각이나 피드백이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비해 보다 명확하고 직관적인 감성이 강해 다루는 맛도 상당히 좋았다. 게다가 체격 대비 다소 무거운 체중과 비교적 높은 전고를 가지고 있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볼트 EV의 움직임은 무척 경쾌했다.

출력 외에도 드라이빙의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만족스럽다. 큼직한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정보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태블릿 PC의 인터페이스 구성으로 전기차라는 감성을 충분히 전하고, 주행 시야도 상당히 넓은 것은 물론이고 쉐보레 특유의 탄탄한 주행감도 느낄 수 있다.

마치 쉐보레 크루즈와 같은풍부한 포용력을 가진 하체의 셋업은 마치 볼트 EV가 전기차가 아닌 잘만들어진 내연기관 차량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인 감상이라고 한다면 BMW i3 보다도 쉐보레 볼트 EV의 주행이 더욱 만족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i3는 항상 회생 제동에 집중을 하는 편이지만, 볼트EV는 운전자가 원한다면 타력 주행도 가능한 ‘전형적인 자동차’의 감성을 지향했다.

이런 재미가 있다보니 볼트 EV를 시승하는 내내 ‘타이어가 조금 더 넓고, 그립이 더 좋은 것이라면…’하는 바람이 계속 쌓였다. 만약 그랬다면 효율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보다 확실한 제동력과 그립력을 바탕으로 더욱 경쾌하고 기민한 드라이빙이 가능할 것 같았다. 게다가 넉넉한 배터리, 뛰어난 효율 덕에 한참을 신나게 달리더라도 아직 2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는 ‘심리적 여유’ 역시 큰 강점이 된다.

한편 시승을 하면서 누적 주행 거리에 따른 평균 전비를 확인해보았다. 시승 기간 동안 총 775.7km의 주행 거리를 달성했는데, 이 시간 동안 102.4kWh의 전기를 사용했다. 이를 단순 환산하니 1kWh 당 7.5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달성하며 제원 상 효율성을 크게 상회하는 뛰어난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차 역시 작은 습관만 바꾸더라도 충분히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치 이상의 매력과 안정감을 선사하는 쉐보레 볼트 EV

쉐보레 볼트 EV는 기존의 전기차와는 다른 ‘심리적인 안정감’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차량이다. 한참을 즐겁게 달리고 또 출력을 100% 활용하더라도 아직 300km, 200km를 더 달릴 수 있다는 그 안도감은 다른 전기차는 느낄 수 없는 해방감이라 할 수 있다. 되려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주행 거리 하나만 장점처럼 부각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물론 쉐보레 볼트 EV는 완벽하게 ‘즐거운 전기차’는 아니지만 ‘대중성을 갖춘 전기차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다 확실히 알려줬다. 어쩌면 획일화될 전기차의 발전 속에서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전기차가 꾸준히 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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