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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주초만 해도 당장이라도 1달러당 1110원을 깨고 내려갈 것처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나흘 연속으로 소폭 반등하면서 1120원선의 지지력을 확인시켰다. 주초 100선을 깨고 내려갔던 미국 달러인덱스도 지난 한 주간 0.78% 오른 100.22를 기록하며 100선에 힘겹게 턱걸이했다. 이로써 주요 6대 교역상대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는 3주간 계속된 주간 하락세를 마무리했다. 이제 관심은 3월중 0.9%, 1분기 전체로는 3% 가까이 떨어진 달러값이 반등세를 더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인지에 와 있다.
통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압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통화긴축) 사이클 초기엔 `아직 본격적인 금리 인상은 없을 거야`라며 시장참가자들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달러값은 늘 하락했다. 1990년대초부터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있었던 통화긴축 사이클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초기국면에 달러화 가치는 예외없이 하락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1993년초부터 1994년말까지와 2003년말부터 2007년초까지의 경우 초기 하락하던 달러값은 통화긴축기 내내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1998년말부터 2000년중반까지는 초기 하락했던 달러값은 이후 본격 반등세를 탔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보면 기준금리와 달러 가치간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기준금리에 의해서만 결정되진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달러값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른 변수도 있다. 미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연내 최소한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시장은 아직 이를 완전히 믿진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 현실화할 것인지를 놓고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4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신흥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외환시장 개입도 여의치 않다. 이 모두를 종합해 보면 이번 통화긴축 초기국면에서의 달러화 약세가 이전보다는 좀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했는데도 달러값이 떨어졌던 1993~1994년과 2003~2007년엔 미국 기준금리가 주요 선진국들의 평균 기준금리보다 낮았고, 달러값이 올랐던 1998~2000년의 경우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았다는 점은 이후 달러화 향방을 전망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영국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등이 어떤 통화정책 스탠스를 가지느냐가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의 달러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경제지표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유로존과 영국, 일본에서의 통화긴축은 현재 유로화와 파운드화, 엔화에 반영돼 있는 우려보다 늦은 시점에 시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달러화 가치는 상당 기간 상승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원화값이 달러당 1110원, 1100원을 깨고 내려가는 본격적인 강세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의 원화 강세는 회복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 시장 밸류에이션이 반영된 결과로 보면서 이 상황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