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그룹의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선발을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학교 부속고등학교 등 국내외 7곳의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서류 전형에 포함된 에세이 형식의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들만 볼 수 있는 GSAT는 면접 전형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관문이다.
분당선 왕십리역을 출발해 단대부고 고사장이 있는 한티역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객차 안에는 시험 입실 시간 1시간 전부터 GSAT 응시생으로 가득했다. 전체 승객의 70~80%를 차지한 응시생들은 칸칸마다 두꺼운 수험서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긴장한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예상 문제들을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대학 졸업반으로 신촌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응시생 이모(26)씨는 “시험을 앞두고 긴장이 많이 돼 어제밤에 잠을 설쳤다”며 “차분히 실수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편한 복장에 가방을 멘 수험생들은 한손에 우산을 든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티역 3번 출구에서 단대부고 수험장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정장을 입은 안내 직원들이 100m간격으로 서서 수험생들을 고사장으로 인도했다. 수험생들은 고사장 입구 바로 앞에 놓인 화이트보드판에서 시험을 볼 교실과 자리를 확인했다.
이날 시험은 오전 8시 30분에 입실을 마쳤고 응시생들은 각 교실에서 진행과 관련 설명을 들은 뒤 9시 20분부터 시작됐다.
GSAT는 기초능력검사와 직무능력검사로 나눠 △언어논리(30문항) △수리논리(20문항) △추리(30문항) △시각적사고(30문항) △직무상식(50문항) 등 5개 영역에서 총 160문항이 출제된다. 수험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40분이다. 삼성은 GSAT와 관련한 출제 방식이나 응시 인원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SSAT 시절에는 최대한 많은 인원에게 시험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응시생 규모가 1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며 “대규모 응시 방식이 장점도 있지만 시험 자체가 입시 산업화되는 부작용이 있어 지금은 시험장 등 관련 정보를 수험생에게만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알려진 GSAT 관련 정보를 종합해보면 이 시험은 삼성경제연구소(SERI)와 계열사 등에서 차출된 약 20명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문제를 출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TF는 시험 일주일전 합숙하며 직무상식을 뺀 나머지 영역은 기존 출제 패턴에 맞춰 난이도 조정 및 정보 업데이트 과정을 거친다.
직무상식은 최근 이슈가 된 주제가 자주 출제돼 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삼성이 역점을 두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에 대한 문제가 나온바 있다.
삼성은 GSAT 총점을 기준으로 합격자를 가리지만 영역별로 과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답은 감점 처리되기 때문에 잘 모르는 문제라면 풀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한다. 삼성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직무역량·창의성·임원 면접을 거쳐 오는 11∼12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