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열 동양證 사장①"남들은 못해도 우리는 한다"

정재웅 기자I 2012.02.07 10:00:45
[이데일리 정재웅 하지나 기자] "선배,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선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앞에 놓인 소주잔만 들이킬 뿐이었다. 답답했다. 함께 암울한 세상을 바꿔보자며 의기투합했던 그들이었다. 군사독재정권이 세상에 드리운 그늘을 벗겨내기 위해선 우리같은 정치학도들이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던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열심이었기에 선배의 손을 잡았었다.

하지만 그 선배가 졸업과 동시에 여당의 편에 섰다. 충격과 실망감이 교차했다. 선배의 여당행이 결정된 이후, 그도 한동안 방황했다. 특히 선배의 '이상과 현실은 다르더라'라는 마지막 한 마디는 그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했다. 그리고 오랜 방황끝에 그는 증권가에 몸을 던지기로 결심했다. 벌써 30여년 전 이야기다.

◇날카로운 정치학도에서 '정통 증권맨'으로

6일 인터뷰에서 유준열 동양증권 사장은 정치학도에서 증권맨으로 변신한 옛 이야기를 꺼내며 빙긋이 웃었다. "그 선배가 그런 결정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이제 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그에게는 인생을 바꾼 사건이었다.

▲ 유준열 동양증권 대표이사
세상을 날카롭게 바라보던 청년에서 이제는 '28년 정통 증권맨'으로 변신한 유 사장의 모습은 부드럽지만 강했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온화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업계 현안과 동양증권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강하고도 단호했다.

유 사장은 음악에 조예가 깊다. 클래식부터 가요까지 장르를 마다하지 않고 즐긴다. 감상뿐만 아니라 손수 악기도 직접 연주한다. 수준급의 솜씨를 가졌다는 것이 주변의 귀띔이다. 유 사장에게 요즘 어떤 악기를 주로 연주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최근 몇달간은 너무 바빠서 악기에 손을 댈 시간 조차 없었다"고 했다.

사실 지난해 동양증권(003470)은 많은 것을 잃었다.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끝났다. 그동안 CMA 고객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늘렸던 지점들도 축소했다. 몇몇 임원들도 자진해서 회사를 떠났다. 유 사장에게 작년은 어느 때보다도 힘들었던 한해 였다. 악기를 잡을 여유가 없었다.

그런 만큼 올해를 시작하는 유 사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작년의 아픔들을 상처가 아닌 도약을 위한 거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작년에 종금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면서 여수신기능이 없어져 회사 수익성 부분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하지만 종금업이 끝나기전에 있었던 부실여신 우려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들어 동양증권의 주가는 지난 1월 한달간 40.02% 나 올랐다. 작년 상승률이 -56.45% 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증가율이다.

◇"잘 하는 것은 더욱 잘 하게"..증권영업·IB 강화

올해 그의 목표는 '잘 하는 것은 더욱 잘 하게 한다'다. 유 사장은 “CMA를 근간으로 하는 풍부한 리테일망을 통해 종합자산관리영업 활성화와 리테일 수익성 증대, IB역량 확대 등 기존에 강점을 보유하면서 더욱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양증권은 작년 말 종금업 만료에 따른 새로운 수익 모델을 위해 지점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번을 계기로 전통적인 증권영업 역량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CMA외에 증권전통영업인 주식영업, 금융상품영업을 할 수 있는 인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한 지점을 정리하고 통합했다"며 "리포지셔닝으로 단기적으로 효과가 났는데 좀 더 욕심을 내서 전통적인 증권영업을 좀 더 키워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IB분야에 대해서도 목표를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해 IPO를 추진하지 못했던 기업들의 IPO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면서 "단순차입 및 회사채 발행 등이 힘들었던 재무구조개선 필요업종에 속한 기업군에 대해 ELB(주식연계증권) 발행제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CM(채권자본시장)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마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회사채 인수제도 개선안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동양증권은 그동안 다른 증권사들이 외면했던 신용등급 A등급 이하 회사채를 무리 없이 인수, 소화해내며 회사채 인수 부문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둬왔다. 일종의 틈새시장 공략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낮은 수수료와 대형 증권사들의 물량 주고받기가 일상화된 회사채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다보니 리서치기능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IB부문 내에도 국내 증권사 중에는 최초로 기업고객의 회사채 신용등급 상향방안 및 지배구조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등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가시화'.."올해 증시도 쉽지는 않을 듯"

이와 함께 유 사장은 최근 증권업계의 화두인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캄보디아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곧 오픈 예정인 캄보디아 증권거래소에 동양증권은 캄보디아 국영 수도회사와 통신회사를 상장시킬 예정이다. 캄보디아 상장 1호의 영광을 동양증권이 차지하게된 셈이다.

'28년 정통 증권맨'에게 올해 증시 전망을 물었다. 그는 다소 우려섞인 대답을 내놨다. 유 사장은 "올해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미국경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쪽으로 가서 일정부분 기대는 하고 있지만 유럽에서 계속 불안요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권업은 시장이 불안하면 좋을 수없다"면서 "채권시장도 하반기 금리인상가능성이 있지만 금리인상 타이밍을 자꾸 놓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 시장기대와 자꾸 어긋나면 그 또한 채권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올해 동양증권의 비전을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회사 내부적으로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 강화라는 전사적 목표 달성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짧고 자신있게 밝혔다. 온화하지만 자신있는 그의 말 속에는 베테랑 증권맨의 면모가 그대로 묻어났다.

대담 : 김수헌 증권부장
정리 : 정재웅·하지나 기자

<②편 일문일답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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