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장호기자]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은행 인수를 노려온 산업자본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여기에 금융사업 영역 확장을 노리는 증권계 금융그룹들도 기회를 엿보는 있다.
주된 타깃은 지방은행들이다. 덩치 큰 시중은행 M&A에 뛰어들어 승산없는 게임을 할 바에야 규모도 적당하고 인수 후 뒷탈도 적을 것 같은 지방은행이 이들에겐 더 적합하다.
M&A 전문가들은 모든 지방은행들을 잠재매물로 간주하고 있다.
부산은행(005280)과 함께 지방은행 패권을 다투는 대구은행(005270)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7.36% 지분의 매각 가능성이 1차 관심사다.
현재 삼성그룹으로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 M&A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대구은행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대구은행 지분을 계속 보유해 괜한 오해를 살 바에야 차라리 보유 지분을 팔아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M&A전문가들 관측이다.
대구은행의 현 최대주주는 8%(2008년 3월31일 현재)를 보유한 스몰캡월드펀드. 누구든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양도받은 후 1%만 추가로 지분을 늘려도 1대주주 지위는 쉽게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투자수익을 목적으로는 하는 펀드의 특성상 대구은행 경영권을 노리는 전략적 투자자와 잠재적 경쟁 관계로 보긴 힘들다. 오히려 펀드가 보유한 지분을 근거로 경영권 향배의 캐스팅 보트를 쥐려 할 가능성을 점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대구은행 스스로가 지방은행 M&A의 주체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흩어져 있는 지방은행들을 한데 묶어 대형 시중은행들과 경쟁 대열에 끼게 한다는 구상은 이미 몇년 전부터 사모펀드업계내에서 회자돼 온 이야기.
이 밑그림이 현실화된다면 그 중심에 대구은행이 위치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부산은행에게도 공히 적용될 수 있는 얘기다.
다만 지방은행 그룹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금융(053000) 그룹의 자회사로 묶여 있는 경남, 광주은행의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 지방은행 M&A를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와 따로 떼서 얘기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만약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 진전으로 경남 광주은행이 매물로 나올 경우, 경남은행을 놓고 대구은행과 부산은행간에 인수 경쟁이 우선적으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 `지방은행 완전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전초전 성격인 영남지역 패권을 먼저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은행 지분 14.11%를 보유해 1대주주 지위에 있는 롯데는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논의에 보다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화재, 코스모자문 인수 등 최근 롯데그룹의 잇따른 M&A 행보를 감안할 때, 이참에 부산은행 경영권을 완전 접수하려 할 공산이 크다.
M&A 전문가들은 `전북은행(006350)`이 지방은행 중 가장 빨리 M&A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점친다. 민영화 이슈도 없을 뿐더러 1대주주의 지분 매각 의사도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
지분 11.35%로 전북은행 1대주주인 삼양사(000070)는 이미 2~3년 전부터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한국금융지주, 메리츠금융 등 증권계열 금융지주회사들이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은행의 본격적인 M&A 매물화를 앞두고 선취매성 기관자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
한국종합캐피탈은 계열사인 경기, 영남, 진흥, 한국 등 계열 상호저축은행들과 함께 전북은행 지분 9.99%를 확보했고, KTB네트워크(030210)도 운용 중인 사모투자펀드(PEF)와 함께 지분 6.28%를 최근 취득했다.
M&A업계 한 전문가는 "전북은행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점과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과 관련한 M&A 이슈 조기 점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중포석 정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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