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였을까. 포럼 이후 정확히 1년 5개월이 흐른 지난 16일, 서울 송파 우아한형제들 ‘큰 집’ 사무실에서 만난 김 실장은 가히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6월과 7월 서울 광화문 D타워와 영등포 주상복합 아파트 ‘포레나 영등포’에 실내 자율주행 배달로봇인 ‘딜리타워’ 시범 운영에 돌입한 우아한형제들은 당초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으로 개발된 ‘딜리드라이브’를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광교 앨리웨이’에서 D2D 로봇배달 시범 운영을 개시했다. 우아한형제들이 2018년 본격적으로 배달로봇 개발에 뛰어든 이후 3년여만에 거둬들인 ‘세계 최초’의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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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하다고 했다. ‘어떻게 공동현관을 열고, 엘리베이터는 타지’라는 궁금증에 대해 “10년 이내 설치된 공동현관이나 엘리베이터라면 손쉽게 연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 김 실장은 “배달로봇의 본질은 결국 자율주행 역량에 달려 있는데, 특히 좁은 실내에서 단순히 아파트 공동현관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수준을 넘어 사람이나 택배 상자, 유모차 등과 마주쳤을 때 이같은 장애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실장의 더 큰 걱정은 이같은 기술적 과제들에 있지 않았다. 김 실장은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도 이 배달로봇이 공공도로에 나가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을 보여줘야 더 많은 기술기업들이 도전하고 그만큼 기술적 과제도 빠르게 해결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우선 현행법상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논쟁 끝에 일단 ‘차’로 정의됐는데, 자율주행 시스템이다보니 공공도로에 나갈 수 없고 차이기 때문에 보도나 횡단보도도 이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간 테스트도 사유지인 아파트 단지나 캠퍼스 안에서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안에 고객이 배달을 시킬 가게가 얼마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우아한형제들은 결국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승인 받고 제한된 범위에서 보도와 횡단보도, 광교 호수공원 등 실외 주행을 허가 받았다. 이는 또 다른 규제를 불러왔다. 김 대표는 “배달로봇은 ‘차’이기 때문에 ‘운전자’를 지정해야 해 항상 사람이 따라 다녀야한다”며 “배달로봇 속도는 평균 시속 3㎞ 밖에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차’로 정의돼 있어 사고 시 중과실에 해당 돼 이 ‘운전자’는 큰 처벌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하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있다. 김 대표는 “배달로봇은 안전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해 영상을 수집하는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서 영상 데이터를 장기간 보관하거나 활용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줬다”며 “개인정보보호 요구를 잘 따라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율주행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범위 안에서 이같은 영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실장은 “배달로봇이 라이더(배달기사)를 대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라이더를 돕겠다는 것이 현재 방향이다. 가령 라이더가 진입할 수 없는 아파트 단지에서, 또 오르내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층 빌딩 등에서 라이더와 배달로봇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그나마 최근 정부가 배달로봇 업계 규제 개혁 목소리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