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사찰에서 생활하며 청소 등 유지업무를 하는 ‘처사’와 ‘보살’ 등은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근로계약서가 없고 특별한 업무지휘와 감독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은 한 사찰 주지스님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A씨를 부당해고했다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승려였던 A씨는 환속했다가 지난해 8월부터 이 사찰에서 처사로 일했다. 하지만 3개월 뒤 사찰 주지스님이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며 중노위에 구제신청을 냈다.
중노위는 올해 5월 “A씨는 근로자가 맞고 해고 당시 서면통지가 없어 부당해고를 당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주지스님은 “이 사찰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상시 5인 이상 근로자 사업장이 아니다”며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주지스님의 손을 들어줬다. 사찰에 A씨와 같은 처사·보살이 약 10명 있지만 주지스님과 근로계약서를 쓰거나 업무내용·시간 등을 근로조건을 협의하지 않았던 점, 주지스님이 이들에게 특별한 업무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처사·보살들에게 지급된 월 50만∼150만원의 보시금에서 근로소득세를 떼지 않았고 사찰이 4대 보험신고를 한 적도 없다”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