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20년만에 포스코 주총장에 등장한 `철강맨`

안재만 기자I 2012.03.16 10:32:59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고(故) 박태준 포스코(005490) 명예회장이 20년만에 포스코 주주총회장에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세상을 뜬 그는 생전에 포스코를 글로벌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별명도 `철강맨`이다.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박 명예회장 유족에게 특별공로금 40억원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박 명예회장은 제철보국을 좌우명으로 포스코와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헌신했다"고 공로금 지급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특별공로급 지급은 주주총회 안건이다. 주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 이에 포스코는 참석 주주를 설득하고, 포스코 신화를 이뤄낸 박 명예회장이 포스코에서 갖는 의미 등을 되새기기 위해 그의 생전 모습을 3분 정도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생전 당시 모습
그가 등장한 것은 영업보고 마지막 때였다. 먼저 지난해 9월, 생전 마지막 공식 활동이었던 포스코 퇴직자들과의 모임 영상이 소개됐다. 이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우리가 영일만 모래벌판에서 청춘을 불태우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여러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는 희생하는 세대다", "우리의 희생과 헌신으로 조국 번영과 후세 행복을 이룰 수 있다". 여러분은 그 외침에 공감하고 기꺼이 동참했으며, 저는 솔선수범으로 앞장섰노라고 자부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청춘을 바쳤던 그날들에 대해 하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나레이터는 또 박 명예회장에 대해 "희생과 공생의 가치가 무엇이고 애국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말이 아닌 행동과 업적으로 보여줬다. 짧은 인생을 조국에 바쳤다.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하고 나아가는 포스코를 만들어 나가겠다. 주주 여러분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상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박 명예회장이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제5호 의안인 특별공로급 지급에 대해 주주들은 긍정적 반응이었다. 한 주주는 "명예회장께서는 포스코를 이만큼 키워냈고 타던 자동차도 기증할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사셨다"면서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일부 반대하는 주주도 있었지만, 지급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총이 끝난 뒤 만난 한 소액주주는 "군사정권 시절 마음만 먹었으면 포스코를 가질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면서 "정치 입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1세대 산업역군으로 한국을 이 정도로 키워낸 것은 공을 인정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명예회장은 1968년부터 1992년까지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지위를 유지했다. 공기업 CEO로는 최장수 기록이다. 정준양 회장은 박 회장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주신 분으로 앞으로 열심히 보답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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