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은 줄곧 하향세를 보이고 최근 분양에 들어간 중대형 아파트들은 대량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해 인근 지역에 공급된 '래미안 동천'이나 '상현 힐스테이트'가 높은 분양가격(3.3㎡당 평균 1700만원)인데도 불구하고 최고 197.5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14개월 연속 하락에 중대형 청약 미달
용인 지역 아파트값은 1년 넘게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지역 아파트값은 작년 3월 -0.16%를 기록한 이후 매달 0.2~0.3%씩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떨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하락폭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1월 매매가 변동률이 -0.13%를 보이며 잠시 주춤하다 2월과 3월에 0.35%, 0.33%씩 크게 하락했다. 2005년 초 판교신도시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한 달 새 많게는 4~6%씩 오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들은 중대형 위주로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3일 1순위 청약에 들어간 용인 성복동 GS건설 '수지자이2차'의 경우 121~165㎡형은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된 반면 중대형인 194㎡는 248가구에 15명, 197㎡는 16가구에 2명만 접수했다. 성원건설의 '풍덕천 상떼빌'도 112㎡와 113㎡형은 최고 2.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지만 143㎡는 31가구에 4명만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광교신도시·중대형 과잉 공급에 떨어진 매력
우선 '명품 신도시'를 표방하는 광교신도시의 중대형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3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섣불리 통장을 사용하려 하지 않고 있다. 용인 신봉지구의 분양업체 직원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사람은 엄청 많지만 막상 청약상담을 해보면 광교신도시를 기다려보고 난 뒤 결정하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인근에 있는 광교신도시가 분양가는 용인보다 낮으면서도 생활여건은 거의 비슷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규제가 지난날 큰 인기를 끌었던 중대형 아파트를 '찬밥' 신세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용인에 공급된 아파트 물량 중 중대형이 너무 많았고 분양가가 인근 시세를 웃돌아 부담스런 부분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6억원을 훌쩍 넘어 총부채상환비율(DTI) 40%를 적용 받게 되면서 중대형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센터장은 "그동안 용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것도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이 이뤄지다 보니 중소형 위주로 인기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매력 VS 중대형 당분간 위축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용인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존의 쾌적한 자연환경에 2009년 개통 예정인 용인~서울 고속도로, 용인 경전철 등이 더해지면서 생활여건은 더욱 나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영호 센터장은 "용인~서울 고속도로(내년 7월)와 용인 경전철(내년 하반기), 신분당선 연장선(2014년) 등이 개통되면 용인의 약점이었던 강남권 접근성이 크게 좋아진다"면서 "올 하반기 판교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800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에게 호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용인 지역 자체가 입지적으로 좋은 곳이어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매년 중대형 위주로 7000~8000 가구가 입주하고 있는 만큼 소형과 중대형 아파트 간의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소장은 "용인에 고가 주택이 많은 만큼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기까지 현재의 조정 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 분양 중인 아파트보다 20% 정도 가격이 낮은 기존 아파트 급매물을 노리는 게 더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