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물량 줄이기에 급급했던 증권사들도 호가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상장에도 활기를 띠는 등 재기를 노리고 있다. (☞관련기사: `변동성 폭탄` 맞은 ELW..LP도 투자자도 "죽을 맛")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ELW시장의 거래대금은 2440억원 수준으로 전달의 2257억원보다 8.1%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월의 1787억원 보다는 무려 36.5%나 늘어난 수치.
거래량도 조금씩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9월 하루평균 2억9128만주씩 거래되던 ELW는 지난달 3억4436만주로 늘었고, 이달 들어서도 3억4000만주 이상의 꾸준한 거래규모를 보이고 있다. (아래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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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에 적응..`ELW 시장에도 햇빛`
유지은 맥쿼리증권 이사는 "ELW가 코스피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 외부충격으로 인해 증시가 조정을 받자 ELW도 같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라며 "주식시장이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ELW 시장 역시 안정을 찾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혁준 우리투자증권 파생상품팀 과장은 "8월 유동성공급자(LP)들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호가제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거래급감으로 이어졌다"며 "큰 폭의 변동성이 유지되면서 안정을 찾아가자 증권사들이 이에 맞는 헤지기법을 마련했고, 다시 한 번 재기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업계 판도 재편..외국계는 `공세 강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우려는 ELW 시장, 특히 헤지거래가 필수적인 LP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지수가 예상외의 급락을 보이면서 변동성이 급증했고, 이에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던 LP(증권사)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이는 곧 ELW 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4월부터 8월까지 국내증권사들이 ELW 시장에서 입은 손실금액만 554억원에 이른다. 이중 8월 한달 동안의 손실액만 무려 515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존 대형증권사 위주로 구성돼 있던 업계 판도를 뒤흔들어 놓기도 했다. 현재 리먼브러더스는 국내 LP시장에서 53%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 7월 국내 ELW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맥쿼리증권의 경우, 신용경색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발행물량을 꾸준히 늘리는 한편,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증권사들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유지은 이사는 "ELW시장의 파이가 커져야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전략"이라며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물량 발행이나 호가제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뀌는 분위기..증권업계 `절치부심`
이같은 분위기는 국내 증권사로도 조금씩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증권업계 LP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 정도는 보유율로도 확인된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한때 95% 수준까지 떨어졌던 LP보유율은 10월 들어 98%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다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LP보유율이 다시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투자자들이 ELW를 사갔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곧 LP들이 다시 예전처럼 호가제시에도 적극적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래표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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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8월 2.36%까지 치솟았던 일중 주가변동성은 지난달 1.78%로 떨어졌다.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다시 2%대로 올라서긴 했지만, 과거 똑같은 위기를 한 번 겪었던지라 지난번과는 충격정도가 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증권사들은 신규 발행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60종목을 상장시켰던 우리투자증권은 8월에는 단 한종목도 상장시키지 않았으나 9월 42종목, 10월 30종목, 그리고 이달 들어 현재까지 40종목을 내놓는 등 물량을 늘리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497종목을 상장시켰던 대우증권은 9월과 10월 두 달간은 한 종목도 상장시키지 않았지만, 11월 10개를 시작으로 다시 상장 작업에 나섰다.굿모닝신한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다소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그다지 상장 물량을 줄이지 않아 시장에 대한 여전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8월 대규모 손실을 입고 한때 회사 내부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을 고려할 때 결국 이 시장을 가져가지 않고서는 회사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귀띔했다.
이혜나 리먼브러더스 이사도 "ELW는 조금만 알고 보면 주식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으면서 거래하기 쉽고, 이익도 크게 낼 수 있는 상품"이라며 "홍콩 시장의 성장세를 보더라도 국내 시장에서의 향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