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개발사업 무리 없나`..남광토건 실패 `경종`

윤진섭 기자I 2006.09.06 09:32:59

남광토건 미국이어 중국사업 정리..100억원 선투입
중견건설업체 해외개발사업 봇물, 리스크 점검 등 경종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남광토건(001260)이 미국 사업에 이어 중국 주택사업마저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최근 중견건설업체들의 마구잡이 해외진출 붐에 경종을 울릴 전망이다.

특히 남광토건의 사례처럼 합자 법인을 통해 직접 해외의 땅을 매입해 집을 짓고, 분양까지 하는 개발형 사업의 경우 사업(분양)에 실패할 경우 막대한 선 투자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남광토건은 최근 중국 선양의 부동산개발업체인 요녕삼방지산실업유한공사에 합자법인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남광토건은 합자 법인을 발판으로 중국 요녕성 심양시 화평구 사산 지구 내 5만3000여평 대지에 3000~3500가구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해왔었다.

◇ 남광토건 미국에 이어 중국사업도 정리, 막대한 투자비 손실 예상

이에 앞서 남광토건은 2004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부동산 개발사업(콘도사업)을 위한 현지법인 `남광 USA`를 설립했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사실상 정리한 바 있다.

남광토건의 미국, 중국 주택사업 진출은 현재 횡령혐의로 실형을 살고 있는 이희헌 전 대표이사 재직시 이뤄진 사업이다. 이 당시 남광토건은 사업 다변화, 수익성 제고 등을 이유로 해외 법인을 설립, 해외 주택사업 진출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당시 남광토건의 자금동원력, 역량 등을 내부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진출했다는 시각이 강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당시 이희헌 전 대표이사가 국내 자금을 해외로 반출하기 위한 창구를 마련했다는 설도 업계에선 무성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남광토건의 경우 현지 특성이나 법규 등을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비싼 수업료만 지불한 셈”이라고 말했다.

◇ 중견 주택업체, 해외 개발사업 러시 제동 걸릴 듯

남광토건이 중국 주택사업을 정리함에 따라 중견건설업체들의 마구잡이 해외진출 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 중 투자형 개발사업 비중은 25~30% 선으로 그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중 주택개발 사업 분야는 주로 중소 주택건설업체들이 선봉에 서 있다.

이들의 진출지는 초기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최근 들어선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중앙아시아, 중동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은 2005년 동일토건이 20평~130평 383가구를 분양한 이후 중소 중견 주택업체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는 지역이다.

카자흐스탄에 최근 3년간 진출한 국내 건설사만 동일하이빌, 우림건설, 성원건설, 현진, 미래하우징, 파워건설, 두곡건설, 남해건설, 태완건설, 신일건설, 삼부토건 등 10여개가 넘는다.

중동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지에도 국내 주택업체의 진출이 활발하다. 반도건설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비즈니스베이에 주상복합아파트 1000여 가구를 짓고, 올 9월~10월 중 현지 주민, 유럽, 국내투자자 등을 상대로 분양할 예정이다.

성원건설도 두바이 자다프와 비즈니스베이 경제특구에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 근린상가 등을 짓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데는 정부 규제 등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고, 대형 건설사와의 사업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체들의 사업 구조가 주로 주택사업 위주여서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주로 하는 플랜트나 도로, 항만 공사를 수주할 능력이 없다는 것도 해외 개발사업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택업체들의 마구잡이 해외 진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직접 해외의 땅을 매입해 집을 짓고, 분양까지 하는 개발형 사업에 치중하다보니 사업에 실패하거나 중단될 경우 모든 사업의 리스크를 해당 건설사가 떠 안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남광토건의 경우 미국과 중국사업을 추진하다가 중단하게 됨에 따라 100억원 안팎의 선 투자자금 회수가 어렵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선 경쟁적으로 특정 지역에 진출하다보니 국내 건설업체들은 땅값 폭등,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높은 조달 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사업 실패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4~5년 전 자사의 개발 역량을 점검하지 않은 채 중국, 베트남 등지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거나 수년째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다는 점도 해외 개발 사업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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