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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 푼 日, 영세점포 매출 쑥…타산지석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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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6.06.22 05:55:03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장명균 호서대 교수
'새벽배송 허용법' 발의에도, 여전히 진척되지 못한 규제개선
KDI·유통학회 조사 "시장보호 효과 없어, 소비자도 규제 실효성 의문"
박용진 부위원장도 "오늘의 소비 여건 맞게 재점검해야"
해외선 시대 맞게 규제 ...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대형마트 규제정책이 또 다시 ‘각주구검(刻舟求劍)의 늪’에 빠질까. 지난해 말 ‘쿠팡 사태’를 기점으로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내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유통산업 전반의 구조가 빠르게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란 이분법에 갇혀 있단 지적이다.

올초만 해도 쿠팡 사태를 통해 주목을 받으며 법안까지 신속히 발의됐지만, 이후 흐름을 보면 지지부진하다. 지방선거와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도, 학계도, 소비자도 “이젠 규제를 개선해야할 때”라고 입을 모으지만, 과거에 갇혀 과감한 변화를 맞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라도 시대 변화에 맞춰 규제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전통시장 상인과 골목상권 소상공인 등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형마트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 사태로 대두됐던 규제개선, 4개월째 감감무소식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은 지난달 19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됐다. 해당 법은 온라인에 한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해주자는 것이 골자다. 당초 김 의원에 이어 여당내 다른 의원들도 관련 법안들을 추가 발의하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와 달리 후속법안은 나오지 않아 업계에선 “사실상 법 개정이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A 대관 담당자는 “유통법 개정안의 경우 지방선거와 소상공인 단체 및 을지로위원회 반발 등으로 추진 동력이 상당히 희미해진 상태”라면서 “다만 법안이 최근 상정됐고, 지방선거까지 끝난만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엔 다시 동력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규제는 여전히 14년 전에 갇혀 있다. 당정이 야심차게 추진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지지부진했던 것도 “전통시장 생존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소상공인 단체와 일부 정치권 인사들 영향이 컸다.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대형마트의 족쇄를 풀면 ‘공멸’한다고 주장한다. 고위 당정협의까지 마친 사안이지만 여당내에서도 정치적 셈법에 따라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대형마트 규제 개선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장명균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이 수년에 걸쳐 수조원 감소하는 사이, 이커머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며 “맞벌이와 1인 가구가 표준이 되면서 새벽배송은 이미 일상이 됐고, 유통시장 경쟁의 무대도 ‘오프라인 vs 온라인’ 구도로 넘어갔는데 규제만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형마트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소비자·업계선 규제개선 대두…‘결과’로 규제 평가해야

시장에선 대형마트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지역에서 대형마트 매출은 늘었지만 전통시장 매출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으로 향하던 소비가 오프라인으로 되돌아오는 흐름이 관찰됐다. 소비자 인식도 비슷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소비자의 49%가 ‘규제효과가 없다’고 답했고, 67%는 ‘의무휴업일에 온라인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유통학회 소속인 장명균 교수가 전문 조사기관을 통해 진행한 ‘유통산업 현안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대해 완화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9.5%나 됐다. 더불어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69.8%)이 공감(26.9%)의 2배를 넘었다. 장 교수는 “국민 다수가 이미 이 규제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책 성과는 취지가 아닌 결과로 말한다’며 대형마트 규제 재설계 필요성을 언급한 여권내 인사도 나왔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10여 년 전 시장 환경을 기준으로 만든 규제를 오늘의 소비 여건에 맞게 다시 점검해야 할 때”라며 “대형마트 규제, 정책의 성과는 선의가 아니라 결과가 말한다. 규제 도입 당시 선의가 있었지만, 정책은 선의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최근 거론되는 건 규제의 단순 철폐가 아닌 ‘재설계’다. 장 교수는 “유통학회 설문에서 전통시장 인근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에 대해선 현행 유지 의견이 가장 많았고, 새벽배송 허용 전제조건으로도 ‘노동 안전에 대한 동일 기준 적용’을 꼽았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 규제 철폐가 아닌, ‘시대에 맞는 규제의 재설계’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마트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佛·日도 시대 맞춰 규제변화…韓도 입법부가 움직여야

해외에서도 이처럼 시대에 맞춰 규제를 손 본 사례들이 있다. 장 교수는 “프랑스는 소형 점포 보호를 위해 1973년 로와이에법, 1996년 라파랭법으로 대형점 출점을 엄격히 묶었다”며 “하지만 정작 소규모 점포의 매출은 거꾸로 줄어드는 역효과가 확인되자 2008년 경제현대화법으로 규제(인허가 관련)를 완화하며 인허가 체계를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도 중소소매업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면적·휴업일수를 규제하던 대규모소매점포법을 기존 영업규제 중심에서 교통·소음 등 도시환경 및 도시계획 영향을 중심하는 입지규제(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로 전환했다”며 “규제완화 이후 일본내 중소형 소매점은 점포 수는 줄었지만 서비스 개선을 통해 점포당 매출이 늘어나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선진국 중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로 묶은 국가는 일본, 프랑스 정도였지만 두 나라 모두 시대에 맞춰 규제에 변화를 준 것이다. 한국만이 14년째 각주구검식의 규제에 목 매달고 있는 셈이다. 당장 급격한 규제 철폐보다도 가장 시급하고 실현가능한 규제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 개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물론 소상공인 상생방안도 함께 챙기면서다.

장 교수는 “현재로선 가장 시급하고 합의 가능성이 높은 내용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정책은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이제 국회가 입법으로 완성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상공인 상생안의 핵심은 전통시장의 단순 보호가 아닌 ‘역량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온라인 입점 지원, 공동물류·공동배송 인프라, 간편결제와 데이터 기반 마케팅, 지역상품과 대형 유통망을 잇는 상생형 조달 모델이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화를 규제로 막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다. 장 교수는“지난 14년간 규제를 붙들고 있는 동안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나란히 위축됐고 빈자리는 이커머스가 채웠다”며 “규제를 시대에 맞추는 일은 후퇴가 아닌, 변화한 현실에 책임있게 응답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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