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포스트잇에 담은 학생들의 용기…"적당히 하란 말에 힘들었죠"

최정훈 기자I 2018.11.18 13:40:26

서울 광남중 학생들 "성희롱 교사 처벌·사과받아 안도"
3년간 성비위 적발교원 326명…이중 학생 대상 범죄 57% 차지
전문가 "교원 성비위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지난달 11일 서울 광진구의 한 중학교 앞 공공자전거 대여서 앞에 해당 학교 교사들의 성희롱을 폭로하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서울 광진구에 있는 광남중 학생들은 도덕 수업을 앞두고 늘 스트레스를 받았다. 도덕교사 A씨가 수업 때마다 던지는 성희롱과 관련된 때문이다.

A씨는 올해 3월 첫 수업에서 “여자들은 얼굴과 몸매가 예쁜 아프로디테와 돈과 권력이 있는 헤라, 능력이 좋은 아테네 3가지로 분류된다”며 “남자들은 아프로디테처럼 늘씬한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런 여자를 보면 몸의 무엇인가가 반응한다”는 말로 학생들을 당황케 했다.

A씨의 부적절한 언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조별로 사진을 찍는 수행평가에서 자신과 팔짱을 끼고 찍는 예쁜 여학생들에게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의 치마 쪽을 대놓고 훑어보기도 했다.

◇포스트잇 운동에서 해당 교사 중징계 처분까지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이러한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 학교에 다니는 이지수(14·가명)양은 해당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리고 교내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여 학교 도덕교사의 성폭력 사실을 알린 장본인이다.

지수양은 “SNS를 통해 다른 학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온라인에서만 이야기한다 해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포스트잇으로 성희롱을 폭로하는 운동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9월 11일 지수양과 친구들은 학교 복도 벽면 등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도덕교사의 성희롱과 성차별 언행을 고발했다. 학생들이 한 명에서 열 명, 열 명에서 수십 명으로 늘면서 곳곳에 포스트잇을 채워나갔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다. 일부 선생님들과 남학생들의 따가운 눈총을 이겨내야 했다. “한 남자 선생님은 ‘심각한 것도 아닌데 적당히 하라’며 ‘예의가 없다’는 말도 들었어요. 일부 남학생들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며 여학생들을 ‘꼴통페미’라고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꿋꿋이 이어간 지수양의 행동은 큰 변화를 불러왔다. 포스트잇 운동을 시작하자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폭로 직후 교육청과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30일 교육청에서 특별 감사를 시행한 결과 해당 교사를 중징계 의견으로 처분하기도 했다.

도덕교사는 중징계 처분 다음 날 아침 교내 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공식 사과를 했다. 그는 “자신의 문제되는 언행으로 학생들의 소중한 수업시간을 뺏어서 미안하고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줘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지수양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저와 친구들 모두 많이 지쳐있었는 데 선생님의 공식적인 사과를 듣고 난 뒤 ‘이제야 끝났다’며 친구들과 안도했다”고 말했다.

◇ 전체 교내 성범죄 중 학생 피해 절반 넘어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성범죄와 성희롱 의혹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전국 초·중·고교 교사는 32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교사가 징계를 받은 건수는 174건으로 전체 성범죄 징계건수의 57%를 차지했다. 전체 교내 성범죄 가운데 학생 피해 사례가 절반을 넘는 셈이다.

김 의원은 “일부 교원의 성폭력 사건이 여전한 이유는 교육부와 학교의 대응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교육 당국은 교원의 성비위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학생이 인격체로 존중받는 교육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미경 한국 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학생들의 통해 신고나 제보를 받고 도움을 주고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한계가 있다”며 “학교 내부에서 성희롱이나 성차별적인 행동들을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상담이나 신고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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