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산 SUV들이 상품성을 강조하다 보니 일본 브랜드들은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수입차’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는 모습이고 소수의 차종에 의존을 하는 경우다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자구책이 궁금해 토요타가 가진 무기를 하나 만났다.
RAV4 하이브리드는 체격으로 본다면 C 세그먼트에 속한다. 4,605mm의 전장과 1,845mm의 전폭 그리고 1,705mm의 전고를 갖췄다. 체급으로 본다면 현대 싼타페 DM과 투싼 경계에 위치하며 수입 시장으로 본다면 폭스바겐 티구안 대비 다소 큰 편이다. 한편 RAV4 하이브리드의 휠 베이스는 2,660mm이며 공차 중량은 배터리를 얹으며 2,125kg에 이른다.
토요타가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의 킨 룩을 모든 라인업에 부여하는 과정에서 RAV4 하이브리드 역시 이러한 디자인 흐름을 입었다. 기본 모델인 RAV4를 기반으로 디자인 된 만큼 전체적인 형태에서는 기본 모델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대신 하이브리드의 감성을 강조하는 몇 개의 디자인 디테일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푸른색의 RAV4 하이브리드의 전면 디자인은 핵심은 역시 날카롭고 세련되기 그려진 헤드라이트와 스포티한 감성이 강조된 프론트 그릴로 경쾌한 감성을 드러낸다. 여기에 사다리꼴로 그려진 에어 인테이크와 X 형태의 실루엣이 더해진 전면 범퍼를 통해 보다 젊은 감성과 안정적인 그래픽을 모두 추구했다.
한편 후면은 하이브리드 모델로서의 유니크한 감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기존의 RAV4와 유사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각을 세워 마무리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숄더 라인과 하나되어 명료한 이미지를 준다. 여기에 좌우 폭을 넓게 끈 트렁크 게이트와 낮은 무게중심의 디자인을 통해 차분한 마무리를 완성했다.
첫 시승에서도 밝혔지만 RAV4 하이브리드의 실내 디자인은 무척 높은 완성도가 느껴진다. 대칭 구조의 대시보드에 운전자 방향으로 디테일을 더한 센터페시아가 레이어드 타입으로 구성되어 세련된 이미지를 선사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의 감성을 강조한 계기판과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구성해 높은 만족감을 준다.
RAV4 하이브리드의 보닛 아래에는 2.5L VVT-I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가 조합되어 있다. 가솔린 엔진은 152마력과 21.0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전기 모터의 힘을 더한 시스템 합산 출력은 197마력에 이른다. 이 힘은 e-CVT와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전자식 4WD E-Four를 통해 네 바퀴에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리터 당 13.0km(도심 13.6km/L 고속 12.4km/L)로 하이브리드 SUV의 강점을 드러낸다.
푸른색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긴 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초기에는 전기 모터만 의식을 찾는다. 엔진은 아직 잠들어 있기 때문에 실내로 들려오는 소음이나 진동은 전혀 없다.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이 순간의 정적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내연 기관 차량과는 확실히 다른 존재감이다.
기어 레버를 옮겨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했다. 발진 상황에서는 배터리의 잔량이 부족하거나 엑셀레이터 페달을 강하게 밟거나 스포츠 모드를 작동하지 않는 이상 전기모터가 리드를 한다. 내연 기관이 아닌 전기 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만큼 발진 상황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최고 수준이다. 엑셀레이터 페달 끝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함께 아무런 저항 없이 물 흐르듯 움직이는 그 느낌은 디젤 SUV가 주류를 이루는 국내 시장에서 돋보이는 존재감이다.
물론 전기모터가 배제되는 순간부터는 가솔린 엔진 홀로 RAV4 하이브리드의 덩치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고속 영역에서는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이지만 일상적인 주행 환경, 그리고 일반적인 운전자가 경험하는 속도의 범위 내에서는 결코 부족함 없다.
이런 특성들은 섬세하게 조율된 서스펜션과 함께 조합되어 빛을 발한다. RAV4 하이브리드는 기본적으로 도심형 SUV라는 특성에 맞춰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노면의 충격을 덜어내는 모습이 주가 되지만 속도를 올리면 제법 견고히 버티는 모습이다. 덕분에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만족스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RAV4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며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그래서 결국 하이브리드 SUV가 디젤 SUV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었다.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디젤 SUV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연료 효율성을 비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시승을 하며 총 세 번의 연비 체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연비 체크는 가양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타 당동IC까지 이어지는 정속 구간을 달리는 것으로 했다. 주행 속도가 70~90km/h에 걸쳐 있는 구간이라 전기모터의 개입이 다소 제한적이었지만 RAV4 하이브리드는 48.9km의 거리를 18.8km/L의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하며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첫 번째 주행 보다 더욱 우수한 20.1km/L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41분 동안 36.7km를 주행한 만큼 주행 속도가 줄었었고, 신호 및 과속 방지턱을 지난 후에는 전기 모터가 개입하며 가솔린 소모를 줄인 결과라 생각됐다.
좋은 점: 우수한 시스템이 만드는 매력적인 주행과 뛰어난 효율성
안좋은 점: 경쟁 모델 대비 약한 존재감 그리고 다소 좁은 2열 공간
토요타는 참 좋은 차량을 가지고 있다. RAV4 하이브리드는 출력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빼어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능숙한 모습까지 겸비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디젤 게이트 여파로 가솔린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젤 차량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울 수 있는 RAV4 하이브리드는 정말 잘 팔리기 좋은 차량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좋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 토요타의 분발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