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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시승기 - 도심에 강한 부드러운 감성의 소유자

김학수 기자I 2017.04.12 07:33:07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토요타지만 한국에서는 그 움직임의 폭이 다소 좁다. 실제 브랜드 내에 다양한 라인업 중 국내 SUV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고 있는 모델은 RAV4가 유일한 수준이니 토요타 입장에서는 많이 답답할 것 같다.

최근 국산 SUV들이 상품성을 강조하다 보니 일본 브랜드들은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수입차’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는 모습이고 소수의 차종에 의존을 하는 경우다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자구책이 궁금해 토요타가 가진 무기를 하나 만났다.

바로 하이브리드 SUV, RAV4 하이브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RAV4 하이브리드는 체격으로 본다면 C 세그먼트에 속한다. 4,605mm의 전장과 1,845mm의 전폭 그리고 1,705mm의 전고를 갖췄다. 체급으로 본다면 현대 싼타페 DM과 투싼 경계에 위치하며 수입 시장으로 본다면 폭스바겐 티구안 대비 다소 큰 편이다. 한편 RAV4 하이브리드의 휠 베이스는 2,660mm이며 공차 중량은 배터리를 얹으며 2,125kg에 이른다.

깔끔하게 그려진 RAV4 하이브리드

토요타가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의 킨 룩을 모든 라인업에 부여하는 과정에서 RAV4 하이브리드 역시 이러한 디자인 흐름을 입었다. 기본 모델인 RAV4를 기반으로 디자인 된 만큼 전체적인 형태에서는 기본 모델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대신 하이브리드의 감성을 강조하는 몇 개의 디자인 디테일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푸른색의 RAV4 하이브리드의 전면 디자인은 핵심은 역시 날카롭고 세련되기 그려진 헤드라이트와 스포티한 감성이 강조된 프론트 그릴로 경쾌한 감성을 드러낸다. 여기에 사다리꼴로 그려진 에어 인테이크와 X 형태의 실루엣이 더해진 전면 범퍼를 통해 보다 젊은 감성과 안정적인 그래픽을 모두 추구했다.

측면은 전면에 비해 단조롭게 다듬어졌지만 루프 라인을 쿠페처럼 마무리해 스포티한 감성을 살렸다. 사실 RAV4 하이브리드의 휠 하우스 위쪽만 본다면 세련된 실루엣을 가진 해치백을 보는 듯 하고, SUV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플라스틱 커버도 적게 적용된 만큼 도심형 SUV의 감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한편 후면은 하이브리드 모델로서의 유니크한 감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기존의 RAV4와 유사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각을 세워 마무리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숄더 라인과 하나되어 명료한 이미지를 준다. 여기에 좌우 폭을 넓게 끈 트렁크 게이트와 낮은 무게중심의 디자인을 통해 차분한 마무리를 완성했다.

균형감과 세련미를 품은 실내 공간

첫 시승에서도 밝혔지만 RAV4 하이브리드의 실내 디자인은 무척 높은 완성도가 느껴진다. 대칭 구조의 대시보드에 운전자 방향으로 디테일을 더한 센터페시아가 레이어드 타입으로 구성되어 세련된 이미지를 선사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의 감성을 강조한 계기판과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구성해 높은 만족감을 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센터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가 동급의 다른 SUV나 비슷한 체격의 국산 SUV와 비교할 때에는 다소 작게 느껴진다. 게다가 돌출된 센터페시아 하단에 자리한 다양한 버튼들은 주행 중에 조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 이 부분은 향후 재배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RAV4 하이브리드의 실내 공간은 딱 C-세그먼트 SUV에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체형의 운전자를 감안해 넉넉한 크기의 시트와 헤드 룸 그리고 레그 룸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쿠션이 얇은 느낌이지만 장거리 주행에도 큰 부담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쟁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2열 공간도 나쁘지 않다. 휠 베이스가 그리 길지 않다는 점과 루프 라인을 다소 낮게 가져가기 때문에 헤드 룸이나 레그 룸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시트의 형태도 좋은 편이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성인 남성이 앉아 장거리 주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RAV4 하이브리드의 공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트렁크 공간에 있다. 보통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트렁크 공간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그 형태로 불규칙한 경우가 많은데 RAV4 하이브리드의 적재 공간은 깔끔하고 또 그 넓이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다만 트렁크 공간 안쪽에 작은 수납 공간이 있는 것은 위치나 사용성의 애매함이 느껴져 조금 아쉬웠다.

효율성과 출력의 조화를 이룬 파워트레인

RAV4 하이브리드의 보닛 아래에는 2.5L VVT-I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가 조합되어 있다. 가솔린 엔진은 152마력과 21.0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전기 모터의 힘을 더한 시스템 합산 출력은 197마력에 이른다. 이 힘은 e-CVT와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전자식 4WD E-Four를 통해 네 바퀴에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리터 당 13.0km(도심 13.6km/L 고속 12.4km/L)로 하이브리드 SUV의 강점을 드러낸다.

다재다능한 드라이빙을 보장하는 RAV4 하이브리드

푸른색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긴 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초기에는 전기 모터만 의식을 찾는다. 엔진은 아직 잠들어 있기 때문에 실내로 들려오는 소음이나 진동은 전혀 없다.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이 순간의 정적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내연 기관 차량과는 확실히 다른 존재감이다.

기어 레버를 옮겨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했다. 발진 상황에서는 배터리의 잔량이 부족하거나 엑셀레이터 페달을 강하게 밟거나 스포츠 모드를 작동하지 않는 이상 전기모터가 리드를 한다. 내연 기관이 아닌 전기 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만큼 발진 상황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최고 수준이다. 엑셀레이터 페달 끝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함께 아무런 저항 없이 물 흐르듯 움직이는 그 느낌은 디젤 SUV가 주류를 이루는 국내 시장에서 돋보이는 존재감이다.

한편 RAV4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는 하이브리드 명가인 토요타의 산물임을 느끼게한다. 특히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주행을 하다 엔진이 깨어나며 출력이 더해지는 순간은 엔진의 진동이 아니면 그 순간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매끄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가속에 집중할 때에는 낮은 RPM부터 꾸준한 출력을 내는 전기모터의 힘 덕에 만족스러운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전기모터가 배제되는 순간부터는 가솔린 엔진 홀로 RAV4 하이브리드의 덩치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고속 영역에서는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이지만 일상적인 주행 환경, 그리고 일반적인 운전자가 경험하는 속도의 범위 내에서는 결코 부족함 없다.

스티어링 휠을 다룰 때에는 꽤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독일에서 온 차량들과 비교한다면 조금 나긋한 편이지만 SUV라고 생각하기엔 무척 기민하고 경쾌한 감각이다. 배터리를 얹으며 무거워진 차체지만 체감으로 느낄 때에는 기존 RAV4와 큰 차이가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움직임이며 마치 국산 콤팩트 세단을 모는 것 같았다.

이런 특성들은 섬세하게 조율된 서스펜션과 함께 조합되어 빛을 발한다. RAV4 하이브리드는 기본적으로 도심형 SUV라는 특성에 맞춰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노면의 충격을 덜어내는 모습이 주가 되지만 속도를 올리면 제법 견고히 버티는 모습이다. 덕분에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만족스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매력적인 효율성의 RAV4 하이브리드

RAV4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며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그래서 결국 하이브리드 SUV가 디젤 SUV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었다.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디젤 SUV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연료 효율성을 비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시승을 하며 총 세 번의 연비 체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연비 체크는 가양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타 당동IC까지 이어지는 정속 구간을 달리는 것으로 했다. 주행 속도가 70~90km/h에 걸쳐 있는 구간이라 전기모터의 개입이 다소 제한적이었지만 RAV4 하이브리드는 48.9km의 거리를 18.8km/L의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하며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번째 주행 코스는 당동IC에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타고 전곡을 거쳐 한탄강 인근에 이르는 것으로 했다. 구간에서는 교통의 흐름은 좋았지만 첫 번째 주행과 달리 ‘신호 대기’와 과속 방지턱을 위한 감속이 이어지며 전기 모터의 개입과 회생 제동 발생하는 환경이었다. 주행을 하며 총 아홉 번의 신호 대기와 네 번의 과속 방지턱을 위한 감속을 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주행 보다 더욱 우수한 20.1km/L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41분 동안 36.7km를 주행한 만큼 주행 속도가 줄었었고, 신호 및 과속 방지턱을 지난 후에는 전기 모터가 개입하며 가솔린 소모를 줄인 결과라 생각됐다.

그리고 끝으로 도심 주행을 진행했다. 다음 날 오전, 출근 시간을 조금 지나친 후 서울 서부에서 남대문 인근으로 이동을 하며 연비를 기록했다. 출근 시간을 지났다고 생각했음에도 많은 교통량으로 인해 29분 동안 단 9km 밖에 이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속에서 전기 모터의 활동량이 많아지며 23.3km/L라는 놀라운 연비를 확인시켜줬다.

좋은 : 우수한 시스템이 만드는 매력적인 주행과 뛰어난 효율성

안좋은 : 경쟁 모델 대비 약한 존재감 그리고 다소 좁은 2열 공간

디젤 SUV 존재에 의문을 더하는 RAV4 하이브리드

토요타는 참 좋은 차량을 가지고 있다. RAV4 하이브리드는 출력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빼어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능숙한 모습까지 겸비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디젤 게이트 여파로 가솔린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젤 차량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울 수 있는 RAV4 하이브리드는 정말 잘 팔리기 좋은 차량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좋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 토요타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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