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3자 필승론도 가능하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다”
내년 대선은 아직 1년 2개월여 정도 남았습니다. “된다·안된다” 정말 논란이 많습니다. 바로 야권후보 단일화 이야기입니다. 대상은 바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두 사람이 단일화에 대해서 어떤 스탠스를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차기 대선의 지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여부는 정치권 최대 관심사입니다. 야권은 물론 여권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크게 4가지 입장으로 나뉩니다. 양분하면 단일화 필승론과 단일화 필패론입니다. 필승론은 단일화 없이 대선승리가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필패론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크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단일화 필승론과 필패론 사이에는 회의론이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단일화 당위론에도 성사되기 힘들다는 거라는 관측과 더불어 억지로 밀어붙여도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대선 후일담으로 본 단일화 논란…홍영표의 비망록 vs 안철수는 왜?
정말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는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의 인식은 정반대입니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었던 20대 총선이 대표적입니다. 문재인은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거론해왔습니다. 반면 안철수는 매몰차게 거절했습니다. 아울러 내년 대선에서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 전망은 지난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을 복기해보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단서는 대선 후일담을 담고 있는 두 권의 책입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성했던 ‘비망록’과 안철수의 핵심참모들이 썼던 ‘안철수는 왜?’라는 책입니다.
지난 2013년 10월 당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책 한 권을 펴냈습니다. 제목은 ‘비망록’이었습니다. ‘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흥미롭습니다. 홍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대위 상황실장을 지냈습니다. 가장 관심 가는 내용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를 둘러싼 내용들입니다. 요약하면 안철수가 대선후보 등록 전에 문재인이 오차범이 이상으로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안 뒤 단일화 패배를 예상하고 캠프와 상의없이 전격 사퇴했다는 것입니다. 또 문재인 지원 조건으로 안철수가 미래 대통령을 언급해줄 것과 공동신당의 전권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안철수 측의 협상태도로 굴욕감을 느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2015년 1월 안철수 측근 중 일부 인사들이 홍영표의 비망록과 유사한 대선 비망록을 발간했습니다. 책 제목은 ‘안철수는 왜?’입니다. 강동호 뉴딜정치연구소장, 오창훈 변호사, 정연정 배재대 교수, 강연재 변호사 등 4명의 대담집입니다. 요약하면 문재인과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후회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때로 돌아가서 ‘그 때처럼 단일화가 결렬된다면 또 대선출마를 포기할 것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안철수의 대답은 ‘노’일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제1야당의 공식 대선후보가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하는 열세 상태에 있는 것 자체가 문제인 만큼 대의명분을 위해 문재인이 안철수를 끌어안고 아름다운 양보가 필요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아울러 안철수의 사퇴 이후 지원유세를 요청한 문재인 측의 태도 역시 가치공유가 아닌 얼굴마담 같은 성격운동을 해달라는 식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2012년 대선의 후폭풍…단일화 갈등 여전히 현재진행형
두 책의 내용을 종합하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단일화는 빛바랜 추억입니다. 단일화 자체는 우여곡절의 연속입니다. 2012년 대선과정의 단일화는 서로가 불편했고 감정의 앙금만 남겼습니다. 두 사람 모두 트라우마가 상당합니다. 특히 안철수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에 따른 불안전한 단일화의 명확한 진실은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대선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의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이별을 잉태한 통합이었습니다. 이후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의 분열이 최종 도착지였습니다.
분당을 전후로 서로를 향한 극심한 비난과 비방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양측은 총선참패를 전제로 때이른 책임공방을 벌였습니다. 물론 총선 과정에서 한때 야권통합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텃밭인 호남에서는 경쟁하더라도 수도권과 영남 등 비호남 지역에서는 공동전선을 구축, 새누리당에 맞서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총선 이후 여소대야 정국이 구성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오히려 더욱 커졌습니다. 문재인 지지층은 안철수가 여차하면 새누리당과 연대할 것이라며 조롱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지지층 역시 더민주의 호남참패를 거론하며 문재인은 정계은퇴 약속이나 지키라며 조롱하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에서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 없을 것이다. 양극단 기득권 세력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우리나라는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안철수, 9월 11일 제주 방문) vs “정권교체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과제다. 국민의 간절함을 받아들이면서 노력하다보면 통합이든 단일화든 다 길이 보이지 않을까”(문재인, 9월 11일 광주 방문)
단일화를 둘러싼 문재인과 안철수의 인식은 상이합니다. 안철수는 단일화 불가 방침을 천명한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은 대선 본선을 염두에 두고 단일화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두 사람의 인식이 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안철수의 경우 문재인에 비해 지지율이 뒤지는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가 불거질수록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총선 때 더민주의 단일화 제의를 국민의당 흔들기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재인은 상대적으로 단일화에 적극적이지만 최근에는 대선 3자구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습니다. 후보 단일화에 매달리기보다는 유권자를 통한 능동적인 단일화 전략을 믿어보자는 것입니다.
◇2017년 대선 文·安 단일화 결론적으로 쉽지 않다?
만약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희망했던 대로 180석 이상을 얻으며 대승을 거두고 야권 전체 의석이 100석 안팎이었다면 지금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안철수의 단일화 없이는 대선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엄청나게 높아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총선 결과가 절묘합니다. 더민주는 야권분열에도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며 제1당으로 올라섰습니다. 국민의당은 당초 원내 교섭단체구성 요건인 20석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지만 두 배에 가까운 38석을 얻었습니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율에서는 더민주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섰습니다. 창당 2개월의 신생 정당이 거둘 수 있는 최대치였습니다. 결국 양측 모두 단일화가 없더라도 ‘대선은 해볼만한 게임’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든 결과입니다.
다만 지금은 부정적이지만 야권 지지층의 여론은 여전히 두 사람의 단일화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만일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3자구도에서 반기문이 오차범위를 훨씬 벗어나 1위를 달리는 구도가 나온다면 보수정권 15년 집권에 반발하는 야권 지지층이 정권교체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두 사람의 단일화를 강력 압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두 사람이 아무리 싫어도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설령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87년 대선에서도 김영삼·김대중 양김의 후보단일화는 대선승리나 마찬가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과연 이뤄질까요? 단일화는 두 사람이 어렵게 합의한다 해도 후보 선정의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진통이 어마어마합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거부하면 단일화는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만 보면 문재인, 안철수의 단일화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집니다. 87년 체제 이후 야권이 배출한 유이한 대통령이었던 김대중과 노무현이 만약에 살아있다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피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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