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영효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급격한 외화자본의 유출로 인해 발생한 외화유동성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싱가포르와 같이 과감한 자본유출입 규제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유로운 자본유출입의 효과와 자본통제의 필요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자본이동이 편익보다는 비용이 크게 나타난다면 자본이동에 대한 일정 부분 규제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권고했다.
김 위원은 "과도한 자본유출입은 심각한 경제적 불균형을 가져오고,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금융위기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며 자본유출입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외환시장의 충격흡수 능력이 낮아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8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규모(무역의존도)는 92%로 주요 선진국 평균 56%보다 훨씬 높다. 수출입규모 대비 외환거래규모는 5%에 불과해 싱가포르의 42%에 한참 못 미친다. 그 결과 GDP 대비 자본수지 변동성이 2008년 0.09로 전년보다 3배 증가했다.
김 위원은 금융위기 당시 자본수지 변동성이 오히려 감소한 싱가포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허브는 일반적으로 규제가 없을 것이란 뉘앙스를 갖지만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싱가포르는 금융위기 동안 자금유출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싱가포르는 외국계 은행이 많이 사용하는 외화계정에 대해 최대 40%까지 적격자산을 쌓도록 했다. 적격자산은 싱가포르 국채(당시 수익률 0.7%) 등 수익률이 매우 낮은 안전자산만 포함돼 있어 고금리로 외화자금을 예치하던 외국계 은행들은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 예금 유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예금을 줄이도록 유도함으로써 외국계 은행들이 싱가포르에서 끌어들인 예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면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김 위원은 "자유로운 자금유출입을 규제하려는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금융거래세 도입 등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기 위한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싱가포르와 같이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