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오는 20일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인가를 위한 정보통신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부처는 부처대로, 이해 기업들은 기업대로 치열한 신경전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에서 정보통신부가 통폐합되고, 친기업 정책에 따라 `기업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도 거세게 자기 주장들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업무영역을 둘러싸고 관계당국은 고유 영역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고, 업체들은 이 틈을 타 공개적으로 당국에 대한 반발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정보통신심의위원회가 공정위가 부여한 조건들을 무시한 결정을 내릴 경우 제3의 부처가 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원회의에서 SK텔레콤(017670)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허용하되 주파수 재분배 등의 조건을 붙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뒤 정보통신부는 물론 SK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이 적극 반발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전원회의가 그날 오후 8시가 넘어 끝났음에도 즉각 자료를 내고 주파수 문제는 "공정위 소관이 아니라, 전파법, 전기통신사업 법규정에 따른 정통부 장관의 소관사항"이라며 반발했다. 공정위가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보통신부가 자신들의 결정을 감안하지 않은 결정을 내릴 경우 별도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압박한 것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
해당 기업들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인가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하나로텔레콤 인수 시너지가 없다며 공정의 결정을 받아 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하나로텔레콤은 박병무 사장이 직접 나서 SK텔레콤에 인수되지 않을 경우 `회사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협박에 가까운 불만을 토로했다.
통신업계가 과점화되면서 업체들은 상품 하나를 두고도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공정위 전원회의에 앞서 KT그룹과 LG그룹 통신 3사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도록 적극 나선 것은 주지의 사실. 관련 부처들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힘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기업들이 자기 주장을 대놓고 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새정부 출범과 함께 부처가 폐지되고 기능별로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흩어진다. 업계에서는 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이외의 업무는 사실상 중단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참여정부 시절 대표적 재벌 규제 부처로서 `경제 검찰`로까지 불렸지만 `친기업`을 표방하는 새정부 아래에서는 아무래도 힘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기가 1년여나 남은 권오승 위원장이 성향이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사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정부 출범뒤 그동안 공정위와 동격으로 불리던 `출자총액제한제도`도 폐지가 확실한 상황이다. 과천에서는 과천 청사 재배치와 관련, "공간이 정 모자라면 공정위를 밀어내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정보통신부는 지식경제부에서의 입지를 위해, 그리고 공정위는 여전히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더 강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양 부처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관련, 현재는 대립이 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양측이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제3의 부처가 조정자로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급을 다투는 사안에서의 양부처의 대립에 따른 피해는 결국 기업이 떠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업체들은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만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서 어떠한 결정이 나더라도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뒤 양부처가 어떤 방식으로 부처 위상을 훼손하고 않고 SK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의 기업결합건을 마무리지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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