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동차 애널리스트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탄식에 가까운 개인적인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2008년 자동차 산업 전망을 PDF파일만 달랑 보내기에는 좀 멋적어 개인적인 소회를 몇자 적는다"고 했다.
용 연구원은 "2006년에 현대차 주가가 10만원에서 6만원으로 떨어질 때는 주식 시장도 별로 오르지 않아서 2005년 자동차 주식들이 오버슈팅을 한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올해는 '정말 이럴 수도 있나?' 싶을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용 연구원은 아직 현재의 주가가 정당화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금처럼 순자산가치 수준인 6만원대의 가격이 정당화되려면 2가지가 진실이어야 한다. 첫째, 현대차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자동차를 팔아서 돈을 벌지 못해서 기업 가치의 증가가 없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둘째, '현대차'라는 브랜드 가치, 엔진 기술, 독자 개발 플랫폼의 가치 등이 모두 '제로(0)'다라는 전제다.
용 연구원은 "현실은 현대차가 정상적이고 글로벌 메이커 중에서도 평균 이상의 이익을 내는 자동차 메이커"라며 "현대차의 브랜드와 기술력의 가치가 모두 제로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주가가 여기에서 더 빠진다면 주식 시장이 현대차라는 기업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거나, 혹은 단기적으로 시장이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되는 셈"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용 연구원은 현대차가 주식시장에서 '왕따'를 당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업황 때문이라기 보다는 "투자자들의 실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내내 중국 수혜주가 이슈였는데 현대차는 중국 수혜주가 아니라 '중국에서 실패해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어진 점도 실망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그가 좌절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용 연구원은 "현대차 주가가 내년에는 올해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애를 먹였던 중국에서는 내년 5월에 2공장이 가동되면서 정상화될 것이고, 모델 히트 여부에 따라서는 점프업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 미국에서도 내년에 제네시스가 들어가면서 물량이 좀 늘고 제품의 고급화도 보여줄 수 있고, '떼 돈'을 벌던 인도는 11월부터 2공장 가동에 들어가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용 연구원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싼 글로벌 메이커'인 현대차가 '제대로 운영되는 자동차 메이커'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문제도 마찬가지다. 용 연구원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도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자동차 대중화 시기에 접어들었을 때인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었지만 자동차 수요는 5~6년간 연간 20~30%씩 성장했던 것처럼, 중국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지금 막 불붙기 시작한 중국의 '자동차 대중화'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도 한국처럼 농촌의 고추 말리는 공터에 자동차가 한 대씩 들어서야 자동차 시장의 고성장세가 끝날 것"이라고 용 연구원은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니까 세일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진정성을 호소한 용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한 냉소적 심리에서 벗어나서 마음이 풀린다면 현대차 뿐 아니라 쌍용차(003620)에 대한 '기술 유출 이후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회사'라는 오해도 풀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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