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라대관(경기 백양고2)군은 11일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러 독일로 간다. 회원으로 있는 붉은악마 응원단을 통해 교장선생님께 공문까지 보냈다. 체험학습 명목으로 ‘독일행’ 허락을 받기 위해서다. 300여만원의 경비를 모으기 위해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박스공장 잡일·지방선거 안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현지의 궂은 날씨와 낯선 먹거리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일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비한 비상약도 준비했다. 축구 기자가 꿈인 라군은 “목이 터져라 한국대표팀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을 TV로만 볼 수 없어 독일과 서유럽으로 직접 날아가는 팬들이 있다. 휴학을 하고, 회사에 가짜 휴가원을 낼 정도로 열성이 대단하다. 이들은 온몸으로 월드컵을 느낄 계획이다.
월드컵이 개막하는 10일 결혼하는 이성일(36·의류업)씨는 신혼여행지로 서유럽을 택했다. 월드컵 열기를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서다. 날짜가 안 맞아 독일엔 못 가지만 스위스·프랑스 호텔에서 여행사측이 마련해 준 대형스크린을 보며 응원하기로 했다. 이씨는 “아내 될 사람과 2002년 대학로에서 거리응원하며 데이트했던 기억을 다시 되살려보고 싶다. 월드컵 베이비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16일 독일로 떠나는 변유민(24·한국산업대3)씨는 2002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친구와 독일월드컵에 가자고 약속했다. 친구 안강휘(단국대3)씨는 기말고사 를 앞당겨 치렀다. 독일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하기 위해 축구화와 유니폼도 챙겼다. 빨간 머플러와 얼굴에 칠할 페인트도 준비했다. 변씨는 “가나 평가전에서 한국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독일에선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여중 과학교사 김일중(43)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응원길에 나선다. 2001년부터 40여 차례 국제대회에 아들과 함께 응원을 다녔는데 독일 월드컵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행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원 김모(여·29)씨는 “몸이 안 좋아 쉬어야겠다는 이유로 회사에 8일간 휴가원을 냈다”며 “독일 간다고 부러워하는 말조차 새나갈까 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대학 교수 부부는 11일 독일로 출발한다. 기말고사도 앞당겨 끝냈다. B여행사 신중혜 차장은 “독일행을 비밀에 부쳐 달라는 조건을 달고 신청하는 사람들이 5~6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프랑크푸르트행 항공편의 경우, 토고전 전날인 12일 예약률이 98%로 만석에 가깝다. 스위스전(24일)을 앞둔 21일의 좌석도 95% 예약됐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 조계석 부장은 “월드컵으로 인해 독일로 향하는 인원이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