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결산)코스닥, 더욱 깊어진 침체의 골

김세형 기자I 2002.12.31 12:45:00
[edaily 김세형기자] 2000년 코스닥시장은 침체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한 해였다.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는가 하면 조직적 작전세력 적발, 거래소 이전 러시, 최대주주의 잇따른 회사자금 횡령, 이에 따른 대표이사들의 구속 봇물 등 남아 있던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숨가쁘게 터져나왔다. 시장에서는 퇴출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는 제도로 이어져 하반기 들어서는 퇴출되는 회사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또 공정공시제도가 도입되면서 코스닥기업들의 적극적인 회사 알리기도 진행됐다. ◇코스닥지수 38% 폭락..사상 최저치도 경신 2002년 증시의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 코스닥지수는 4.14% 폭락한 44.36포인트를 기록하면서 투매로 마감했다. 지난해말 72.21포인트에 비해서는 38.6% 폭락한 것이다. 지난 97년 코스닥시장 개장이래 증시 폐장일 하락률로는 최대치였다. 코스닥지수는 올들어 상승세를 지속, 3월에는 94포인트까지 껑충 뛰었다. 다시 세자릿수 지수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러나 4월들어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며 약세로 돌아섰고 추락을 거듭해 지난 10월엔 장중 43.08포인트를 기록,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체 697개 종목중 89.3%(623개)의 주가가 지난해말보다 하락했고 이중 45.3%는 주가가 50%이상 떨어졌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겨우 10%(70개)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보다 30.1% 줄어들었고 거래량도 16.4%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종목수는 지난해말에 비해 124개 늘어난 856개, 등록 주식수는 105억1756만주로 210만주 가량 늘었다. 그러나 시가총액은 주가폭락 여파로 지난해말 51조8180억원보다 27.8% 줄어든 37조4030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작전 횡행..조직적 작전세력 실체 드러나 시장침체와 더불어 작전이 성행했다. 250억원대의 델타정보통신 기관계좌 도용사건이 벌어졌으며 외상거래를 이용, 결제자금을 떼먹고 줄행랑치는 사례도 발생했다. 주금 가장납입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한 뒤 작전을 벌인 조직적인 작전세력이 실체를 드러낸 것은 그중 압권이었다. 지난 8월 난데없이 기관 계좌에서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250억원어치 순매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개인이 관리가 허술한 기관계좌를 도용, 불법으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밝혀졌고 더 나아가 자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M&A를 시도했던 작전세력들의 검거로 이어졌다. 9월은 조직적 작전세력 적발 소식으로 코스닥시장이 얼룩졌다. 거래소의 광덕물산을 비롯해 코스닥의 테크원, 유니씨앤티 등 6개 기업이 실타래처럼 작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작전세력의 기승은 그동안 이상급등했던 종목들에 대한 불신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10월엔 사채업자가 낀 주금 가장납입과 함께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몇개 기업이 유상증자때 실제로는 주금을 납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2월엔 인터넷 포털 프리챌과 프리챌홀딩스의 대표이사인 전제완씨가 주금 가장납입 혐의로 전격 구속돼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최대주주 도덕적 해이 심각..무책임한 주식매각으로 투자자 피해 극심 2002년은 작전이 성행한 것과 함께 최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 해였다. 등록하자마자 자기 잇속만 챙기고 지분을 넘기는 예약매매가 성행했고 예약매매 당한 몇개 기업은 새로이 인수한 주인이 자금만 빼먹고 줄행랑치는 사례가 러시를 이루며 M&A(기업인수합병)에 대한 불신감을 키웠다. 예약매매 문제는 지난 8월 불거져 나왔다. 보호예수가 끝나기도 전에 최대주주들이 잇따라 지분을 넘기는 사례가 빈발했고 경영권을 인수한 측에서 회사 자금을 빼먹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는 인수자들이 정상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데 관심이 없었던 데서 비롯됐다. 시그마텔레콤, 텔넷아이티, 심스밸리 등이 자금 빼먹기의 표적이 되면서 회사가 단시간내에 망가지며 부도로 이어졌고 결국 퇴출됐다. M&A 기대감으로 매수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결국 코스닥위원회는 처음엔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예약매매 관련 문제가 이어지자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보호예수 기간중 예약매매를 금지, 사실상 예약매매에 의한 M&A를 무력화시켰다. ◇거래소시장 이전 러시 시장침체와 더불어 주가조작이 잇따라 적발되는 등 시장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깊어지면서 10월들어선 우량기업들의 코스닥 탈출행렬이 이어졌다. 더욱이 코스닥시장 황제주인 엔씨소프트까지 거래소 이전을 결의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던져줬다. 엔씨소프트 이전에도 여러 기업이 코스닥시장을 떠났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업종이 소위 "굴뚝"이어서 "첨단, IT"라는 코스닥시장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기업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거래소행을 결의하자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거래소 이전 결의가 터져나왔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에 대한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판정으로 거래소행을 연기하고 거래소로 옮겨간 기업들의 주가도 신통찮은 대접을 받으면서 거래소 이전 열기는 수그러들었다. ◇퇴출기준 강화..퇴출 급증 코스닥시장이 각종 사건, 사고로 얼룩지면서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 퇴출기준 강화가 핵심이었다. 올해 26개사가 코스닥시장에서 사라졌다. 특히 지난 11월 부도 즉시 퇴출시키는 강화된 요건으로 등록취소된 기업이 15개에 달했다. 지난해는 전체 퇴출기업 9개 중 강제 퇴출된 기업은 5개에 불과했다. 액면가 퇴출기준 상향 등 내년에는 더욱 강화된 퇴출기준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퇴출되는 기업은 상당수에 이를 전망이다. ◇IT 선도기업 명암..다음·NHN 뜨고 새롬기술·휴맥스 몰락 작전이 성행했고 시장 자체도 침체를 면치 못했지만 여전히 코스닥시장은 IT.벤처 중심의 시장이다. 올해 IT 선도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벤처 1세대로 코스닥 열풍의 한 축을 이뤘던 다음은 지난해까지 별다른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들어 수익모델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면서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는 동종업체로서 수익성을 확인해 준 NHN의 코스닥 진입이 기폭제가 됐다. 반면 휴맥스는 대표주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휴맥스는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면서 명실상부한 코스닥 대표주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독일 키르히그룹 파산에서 시작된 실적 둔화가 계속되는 사이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물량을 내다팔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계속되는 실적전망 불투명으로 여전히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99년 코스닥 열풍의 주역이었던 새롬기술은 주가폭락에 그치지 않고 오상수 전 대표이사가 허위공시와 배임혐의로 구속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결국 최근 새롬벤처투자의 홍기태 사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고 벤처투자사로의 변신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엔씨엔터를 비롯한 전자화폐 관련주들도 올해 몰락한 종목으로 꼽힌다. 신용카드시장 확대와 함께 승승장구했지만 소비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들이 증가하면서 직격탄을 입었다. 신용카드사들이 신규회원 모집을 줄이면서 전자화폐주들은 대체물량을 생산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공정공시제도 도입..투자정보 공유 계기 지난 11월 기대와 우려속에 공정공시제도가 도입됐다. 소수에게만 제공되던 회사내 고급정보를 일반투자자들도 손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것. 특히 정보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던 기관투자자들과 일반투자자를 평등하게 만든 조치로 평가된다. 시행 두달이 지난 현재 공정공시제도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 기관, 특히 애널리스트에게만 제공되던 정보를 일반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또 역량이 부족해 제대로 회사를 알리지 못했던 소규모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점도 있다. 그러나 공정공시가 넘쳐남으로써 제대로 된 투자정보를 구하기가 힘들고 회사의 좋은 내용만 내보내는 홍보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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