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기업 새출발 돕는다…서울회생법원 '뉴 S트랙'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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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5.01 06:00:00

■만났습니다-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②
경영자 지분 51% 이상 보장…"책임경영 유인"
맞춤형 구조조정 시스템…"인가 후까지 지원"
채권자도 유리…"관리부담 줄고 기업가치 유지"
"구조조정 허브로서 경제 2번지 역할 충실히"

[이데일리 성주원 백주아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소규모 기업 맞춤형 회생 지원 프로그램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절차 프로그램(뉴 S트랙)’을 본격 추진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구조조정 시스템을 넘어 소규모 기업이 처한 현실에 최적화된 별도 트랙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위기에 처한 기업이 다시 경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는 ‘구조조정 2.0’ 구상이다.

뉴 S트랙의 주요 대상은 경영자의 영업력과 기술력이 기업 존속의 핵심인 소규모 기업들이다. 미국의 경우 2019년 소규모 기업 회생법제에서는 부채규모가 40억~50억원 이하인 기업들을 소규모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그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중소벤처기업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소규모 기업을 지원하는 ‘S트랙’ 프로그램을 운용해 왔다. 그러나 각 지원 요소가 분산돼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추진하는 ‘뉴 S트랙’은 이러한 기존 S트랙을 기반으로 제도적 완성도를 높이고 실질적 책임경영 유도를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정준영(사법연수원 20기) 서울회생법원장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간이회생제도가 미국 법제에 영향을 주었고 이제 다시 우리가 선진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개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뉴 S트랙은 △회생 신청 전 단계의 상담 및 지원 △회생절차 중 자금조달 연계 △회생계획 인가 이후 책임경영 유지라는 3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정 법원장은 “대기업과 소규모 기업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며 “책임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소규모 기업에 특화된 회생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종합적 고려법’ 적용이다. 회생 절차를 거친 뒤에도 경영자가 지분 51%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 책임경영 유인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대규모 기업에 적용되던 상대적 지분비율 원칙(변제율 이하로 지분 축소) 대신 소규모 기업 경영 특성에 맞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정 법원장은 “대기업은 주식을 통한 인수·합병이나 매각이 용이하지만 소규모 기업은 경영주의 영업력과 기술력이 곧 기업의 존속가치”라며 “그 특수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적 고려법 적용은 채권자에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정 법원장은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변제받지 못한 부분을 주식으로 받는다고 해서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자회사가 생기면 금융기관으로서는 관리가 골치 아프고 지분을 처분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채권금융기관이 소규모 기업의 지분을 받더라도 그 기업의 주력 경영자가 떠나면 기업 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정 법원장은 “종합적 고려법은 기업과 채권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판사와 실무진을 중심으로 내부 TF를 운영 중이며 향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캠코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지원 체계를 외연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회생 신청부터 회생계획 인가 이후까지 끊김 없는 지원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뉴 S트랙은 단순한 절차 개선을 넘어 ‘소규모 기업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중점에 두고 설계됐다. 신청 전 단계에서는 중기부 등과 협력해 경영상담과 사전 컨설팅을 제공하고 회생 개시 이후에는 정책자금 등 자금조달 지원도 연계한다. 인가 이후에는 경영자의 책임경영 인센티브를 보장해 기업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 법원장은 “스타트업과 소규모 혁신기업은 한국 경제의 미래이자 성장동력”이라며 “회생법원이 이들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S트랙을 통해 소규모 기업들이 회생신청의 문턱을 낮추고 회생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서울회생법원은 뉴 S트랙 외에도 다양한 제도 혁신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5월부터는 ‘Pre-ARS’ 제도를 시범 도입한다. 이는 기업이 공개 회생신청에 나서기 전 비공개로 채권자들과 사전 채무조정을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정 법원장은 “회생신청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사전조정으로 골든타임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Pre-ARS는 기업의 정상영업 기반을 유지하면서 재무구조를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밖 워크아웃과 법원 내 회생절차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조정’ 모델도 병행 운영한다. 채권자-채무자 간 합의는 최대한 존중하고 법원의 개입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 법원장은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은 글로벌 트렌드”라며 “서울회생법원이 이를 국내에 정착시켜 구조조정 절차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데이원(Day One) P플랜 인가방식’ 도입도 구상 중이다. 사전협의가 완료된 구조조정안을 회생개시 당일 인가하는 방식으로 회생기간을 기존 수개월에서 단 하루로 줄이는 혁신적 모델이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채무자회생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 법원장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하루라도 빨리 정상영업 복귀가 가능해진다”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법원장은 “법원의 역할은 실패한 기업과 개인에게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서울회생법원은 구조조정의 허브로서 경제 2번지에서 기업의 재기를 돕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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