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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엔화, 1달러=140엔 깨졌다…24년 만에 처음

방성훈 기자I 2022.09.02 09:21:11

엔·달러 환율, 199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40엔대 진입
엔화 가치, 올해만 18% 하락…1979년 이후 최대 낙폭
"더이상 경제 부양 기대 못해…무역흑자 아닌 적자 유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약 24년 만에 처음으로 140엔대로 떨어졌다.

(사진=AF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0엔대에서 진입했다. 140엔대를 기록한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도 140엔대에서 지속 거래되고 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및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각각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수준으로 악화한 탓이다. S&P글로벌이 집계한 8월 PMI 확정치는 51.5로 전월(52.2) 대비 0.7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7월 이후 2년1개월 만의 최저치다. ISM의 8월 PMI 역시 52.8로 전월과 같았다. 7월 당시 2020년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PMI는 각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재고, 출하, 가격, 고용 등을 조사해 0~10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실물경제 전망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수축으로 각각 나뉜다. 지표 자체는 아직 확장 국면에 있지만 위축 직전이다.

경기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고, 달러화 매입 수요가 강해지며 엔·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일본이 여전히 대규모 금융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려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18% 하락했다. 하락폭은 1979년(19%) 이래 가장 크다.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두 번째 규모라는 얘기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3월부터 엔화 가치가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25엔 가량 하락했다.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로 생산기지를 대거 옮긴 탓에 과거와 같은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995~1998년 엔·달러 환율이 80엔대에서 140엔대까지 급락했을 때까지만 해도 TV와 자동차 등의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등 1엔 하락시 연간 970억엔의 무역흑자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2011~2015년의 엔저 국면에선 1엔 하락시 연간 160억엔 적자를 유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16년 엔화 가치가 회복했을 때엔 적자 규모가 1엔당 7000억엔까지 확대했다. 해외 생산 의존도 심화로 수출은 늘지 않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한 이후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다이와증권도 엔·달러 환율이 1엔 하락할 경우 20년 전엔 주요 상장사들의 경상이익이 0.7% 가량 늘었지만, 올해는 0.4%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봤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다보니 일본 국내 설비투자 증대 효과도 줄었다. 골드만삭스는 20년 전 엔화 가치가 10% 하락하면 일본 내 설비투자가 1.7% 증가했지만, 현재는 1.1%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닛케이는 “엔저에도 코로나19 탓에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지 않다”면서 “엔저 국면에서 일본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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