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연구가는 12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인천 강화군의 ‘산당 임지호의 호정’도 이날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는 ‘자연 요리 전문가’라는 수식어답게 40여 년 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발길 닿는 대로 재료를 찾고, 손길 닿는 대로 요리를 만들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은 임 연구가는 지난 2017년 7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청와대 상춘재 ‘호프 미팅’에서 화합, 치유, 원기 보충을 의미하는 자연식 요리를 안주로 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임지호 요리연구가가 선보인)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것을 무에 말아 낸 요리와 치즈, 시금치를 쌓아올린 작은 카나페는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리는 한입 거리였습니다. 또한 접시를 따로 놓지 않고 청와대 뒷산에서 꺾은 산나리와 소나무 가지를 케이블에 놓은 후 그 위에 작은 먹거리들을 흩뿌리듯 차려내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자연재료의 특성도 강조했습니다”라며, “청와대의 자연이 식탁으로 들어온 셈이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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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자는 고대의 목조건축에서 용마루의 양 끝에 높게 부착하던 장식기와 ‘치미’를 형상화한 것으로, 무명옷을 만드는 장인으로 유명한 윤광석 씨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과거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양장점에서 일했는데 기성복 시대가 열리면서 당구장을 차릴까 고민했다. 그때 임지호 선생님 등 예술적 멘토를 만나 다시 공부하게 되면서 무명옷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임지호 선생님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칠 때 제가 지은 옷을 입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의 요리를 맛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임지호 선생님의 음식도 수준급이었다”고 전했다.
고인은 TV 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최근에는 ‘집사부일체’, ‘정글의 법칙’ 셰프 편, ‘더 먹고 가’ 등에도 출연했다.
지난해 2월에는 자신의 삶과 요리에 대한 철학,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을 10년에 걸쳐 담아낸 박혜령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으로 관객들과 만나기도 했다.
유족에 따르면 빈소는 쉴낙원 김포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