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주적"…바이든에 경고장 날린 김정은

김관용 기자I 2021.01.09 11:29:08

北, 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
美 전역 타격 ICBM 명중률 제고 지시
핵추진 잠수함 개발 계획도 공식화
"美는 혁명 발전의 장애물, 최대 주적" 겨냥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거리 1만5000㎞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명중률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1만5000㎞는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다. 미국을 직접 겨냥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핵추진 잠수함 개발 사실도 공개했다.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설을 사실로 공식화 한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은 미 본토 코 앞까지 은밀히 접근해 핵 공격을 할 수 있다.

◇김정은 “ICBM 명중률 높여라”

조선중앙통신은 9일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를 통해 이같은 무기체계 고도화 계획을 밝혔다.

통신은 “1만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이미 지난 2017년 사거리 1만3000㎞로 추정되는 ICBM ‘화성-15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한바 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선보인 ICBM은 화성-15형 보다 규모가 더 커져 사거리가 늘어난 무기체계로 평가됐다. 김 위원장의 이번 지침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고도화를 주문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 구도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통신은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면서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잠수함 설계 마무리”

특히 통신은 “중형 잠수함 무장 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 개조해 해군의 현존 수중 작전 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확고할 전망을 열어놓고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했다.

‘새로운 핵잠수함’은 원자력 추진체계 기반의 잠수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입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북한이 이미 확보했거나 건조를 진행중인 SLBM 탑재 잠수함은 3종류다. SLBM 1발을 탑재한 신포급(고래급·2000t급)을 보유하고 있다. 로미오급을 개량한 3000t급 잠수함은 현재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사실상 건조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SLBM 3발을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이 2019년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지난 10월 3일 보도한 사진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SLBM 6발 이상을 탑재할 수 있는 4000t급 신형 잠수함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재래식 디젤 추진 방식 잠수함이다. 미 본토에서 SLBM 사거리 만큼 떨어진 곳까지 항해한 뒤 공격해야 하는데, 연료전지 충전을 위해 하루 한 차례 이상 수면 가까이 부상해야 하기 때문에 미 대잠 전력에 탐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이론상 3개월까지 수중 잠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도 미 본토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SLBM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을 통해 은밀히 공격할 수 있어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가공할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통신은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며 고체 엔진 기반의 SLBM 및 ICBM 개발이 진행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북한의 고체 엔진 기반 미사일 명은 ‘북극성’이다. 북극성-1형과 3형은 SLBM, 북극성-2형은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이다. 지난 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4ㅅ(시옷)은 신형 SLBM으로 추정된다.

◇극초음속 무기·다탄두…요격 어려워

북한은 이와 함께 ‘극초음속 무기’ 개발 사실도 발표했다. 통신은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탄두)를 개발 도입할 데 대한 과업”을 언급하면서, “신형 탄도로케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탄두)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언급한 극초음속 활공 탄두는 미사일이 발사돼 일정 고도에 올라간 뒤 탄두가 분리돼 동력 없이도 글라이더처럼 마하 5~10 이상의 고속으로 활공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극초음속 무기들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이같은 극초음속 무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나 패트리엇 체계 등 기존 미사일로는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2019년 7월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사진이다. 김 위원장이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통신은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 현대전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 핵무기들을 개발하고 초대형 핵탄두 생산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ICBM과 SLBM 외에도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미사일 및 초대형 방사포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전술핵탄두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통신은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이날 공개한 신형 ICBM과 개량형 SLBM은 ‘다탄두’를 탑재한 듯한 모양새였다. 다탄두는 하나의 표적에 여러 개의 재진입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투하시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다만 ‘마감단계’라는 언급으로 미뤄볼 때 아직은 완성 전 단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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