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급감 포드코리아..조직 갈등에 익스플로러 효과 끝?

남현수 기자I 2020.04.08 08:06:47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포드코리아는 지난 3월 534대를 팔았다. 지난해 동기 대비(656대) 18.5% 감소했다. 이 중 익스플로러의 판매가 445대를 차지한다. 포드 판매량 83.3%가 익스플로러다. 익스플로러의 성공이 곧 포드코리아의 수익률과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에는 신차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판매가 시원치 않다. 3월부터 인하된 개소세 효과로 대부분 신차 판매가 늘었는데 유독 포드만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포드가 국내 판매하는 모델은 몬데오, 익스플로러, 머스탱 세 가지 뿐이다. 이 중 몬데오와 익스플로러는 지난해 말 출시한 따끈따끈한 신차다. 3개 모델 가운데 2개가 신차인데도 불구하고 판매는 지난해보다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포드코리아 내부 조직이 내홍을 겪고 있다. 임원급 간부들 사이에 알력 다툼으로 제대로 판매 조직을 콘트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년간 포드코리아를 이끈 정재희 사장이 지난 2월 은퇴하고 새로운 CEO가 임명됐다. 정 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사인을 준 내부 인사가 선정된 것이 아니라 포드 본사에서 외국인 CEO를 보냈다. 그러면서 각종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포드코리아 한 관계자는 “새로 부임한 신임 사장은 우선 임원급 보직을 바꿔 조직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정재희 전 사장 체제에서 10년 이상 손발을 맞춰온 임원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아울러 딜러와의 갈등도 표면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스플로러는 지난해 10월, 몬데오는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됐다. 화려하게 데뷔한 익스플로러와 달리 몬데오는 별도의 행사없이 조용히 판매에 돌입했다. 신형 모델의 출시 사실조차 모르는 소비자가 태반이다. 출시 5달간 국내 판매된 몬데오는 단 114대에 불과하다. 월평균 22대씩 판매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주력 차종인 익스플로러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익스플로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수입 SUV 1위를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킨 포드코리아의 대표 캐시카우 모델이다. 익스플로러는 6세대 모델 출시 이후 반짝 신차 특수를 누렸다. 지난해 11월 384대, 12월 823대, 올해 1월 721대를 팔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월 354대, 3월 445대로 판매가 하락했다. 영업일수가 짧았던 데다 개소세가 5%로 원래대로 환원된 역효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겹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큰 원인은 대형 SUV 경쟁 격화다. 시장의 변화다. 포드코리아는 2015년 처음으로 판매 1만대(포드와 링컨 판매량을 합한 수치)를 돌파한 이후 2018년까지 4년 연속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은 지난해부터 급변했다. 포드코리아는 지난해 8737대 파는데 그치며 1만대 클럽에서 탈락했다.

포드 익스플로러가 독점하던 대형 SUV 시장에 지난해 쟁쟁한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2018년 12월 현대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에는 쉐보레 트래버스가 출시됐다. 이 외에 기아 모하비, 쏘렌토와 같은 엇비슷한 경쟁 모델이 익스플로러 아성을 넘보고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5920만원(개별소비세 1.5% 반영) 단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달 현재 딜러가 일괄적으로 280만원 할인을 해준다. 익스플로러의 경쟁 모델인는 쉐보레 트래버스는 4447만원부터 시작해 모든 옵션을 다 더해도 5457만원이다. 익스플로러에 비해 500만원 가량 저렴하다. 물론 반자율주행 등 옵션 구성은 일부 떨어진다.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역시 모든 옵션을 더해도 5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익스플로러보다 1천만원 저렴하다.

익스플로러 판매 부진의 또 다른 이유는 내장 인테리어의 올드한 디자인과 꼼꼼하지 못한 마감 수준이다. 신형 익스플로러는 전작에 비해 디자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국내외에서 나올 정도다. 실내 곳곳에 사용한 저렴한 소재도 문제다. 6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걸맞지 않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다. 현대 팰리세이드나 쉐보레 트래버스와 비교해 소재 퀄리티가 가장 떨어진다. 이는 실내 곳곳에서 쉽게 단차나 조립 불량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꼼꼼함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포드코리아의 가장 큰 문제는 익스플로러 이외에 팔만한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마니아 성향이 강한 머스탱과 풀모델체인지를 거쳤음에도 변화를 찾기 어려운 몬데오 만으로는 판매 회복이 쉽지않다. 포드코리아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를 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출시돼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의 경쟁 모델이다.

포드코리아는 볼륨 모델의 부재와 더불어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내부 조직 내홍까지 겹친 꼴이다. 포드코리아의 보릿고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 없인 과거의 영광을 되찾긴 어렵다. 시장은 변했다.좋은 제품은 넘쳐난다. 현재 포드코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은 할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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