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전세계 해양플랜트 수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부선체의 설계와 제작은 세계 1위지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상부 처리시설 등 장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향후 5~10년 동안 해양플랜트 시장은 연간 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04~2008년까지 5년 간 전체 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STX조선해양(067250) 등 한국 조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수주 규모는 14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시장 규모인 272억달러의 절반 이상이다. 조선 불황을 해양플랜트 수주로 극복한 것이다.
그러나 조효제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지난 7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조선협회 세미나에서 "한국이 해양플랜트 시장의 50%를 석권하고 있지만, 내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10억달러 짜리 프로젝트를 턴키 수주할 경우 국내 업체의 지분은 4억2000만달러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은 하부선체의 설계와 제작 부문에서 자체 기술력이 95%에 달한다. 그러나 이 부문이 전체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친다. 프로젝트의 45%는 설치 부문인데, 이에 해당하는 자체 기술력은 50%에 불과하다. 각각 15%와 25%를 차지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상부 처리시설 장비 기술력은 10%, 15%로 미미한 수준이다.
조 교수는 "선체의 설계와 건주 부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설치(무어링, 라이저 등)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피드와 기자재 부문은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취약성은 경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프로젝트를 총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패키지 형태의 납품을 책임질 수 있는 업체가 없다는 것. 또 발주사인 해외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기존 공급업체를 선호한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브라질 업체들의 빠른 추격도 국내 조선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들 국가는 정부 주도로 해양플랜트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해양공사설비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조 교수는 "중국은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국내 조선업계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해양플랜트 산업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국내 업체들이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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