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가 내놓은 4·23 미분양 대책을 두고 건설업계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방편 처방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수요가 없는 지방에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소업체의 미분양을 우선 매입하고 나면 대형 업체에는 사실상 수혜가 없을 것 같다. 중소업체와 지방경제 보호를 위한 급한 불 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업체들은 좋겠지만 환매조건부는 나중에 되사야 하는 임시방편”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가 입모아 얘기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금융규제 완화로 모아진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수요가 되살아나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막힌 돈줄을 터줘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환매조건부 매입(3조원), 미분양 펀드 리츠 활성화(1조원) 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다가 지난해 초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전세난이 심화되자 부랴부랴 대출 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수도권 모든 지역의 LTV(담보인정비율)를 50% 이내로 강화했고 9월에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건설업계는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의 LTV를 60%까지 높이고, DTI 규제를 없애지 못한다면 지역별로 탄력적인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김충재 회장은 “대출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헌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지만, DTI 때문에 헌 집의 매매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새집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도 줄고 있다. DTI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금융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E건설사 관계자도 “이번 대책에 DTI, LTV 등과 같은 금융 규제와 수도권 양도세 감면 등이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근본적으로 미분양주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금융규제는 정부로서도 섣불리 손 대기 어려운 과제다. 금융규제가 어느정도 부동산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고, 가계대출이 사상 최초로 700조원을 넘어서는 등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DTI나 LTV 규제를 풀어주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김규정 부동산 114부장은 “이번 대책은 일반적인 미분양대책 시리즈의 하나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뭔가 큰 발표가 있는 것처럼 기대만 부풀린 격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