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서울시와 부천시가 고분양가 원죄론에 휩싸였다.
시가 매각한 택지에 들어설 아파트가 일제히 주변시세보다 훨씬 높은 고분양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고분양가에 따른 따가운 여론을 고려하면 시가 분양가 인하에 나서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고가에 택지를 매각해, 고분양가를 자초한 격이 되다보니 이 역시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002990) 건설부문은 부천시 중동 특별계획구역 들어설 리첸시아중동의 분양가로 3.3㎡당 평균 1990만원에 책정해 시에 분양승인을 신청했다.
이 사업은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16번지 일대 1만3289㎡에 66층 2개동 159~345㎡형 575가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꼭대기 층에 들어설 펜트하우스 343㎡형의 분양가는 3.3㎡당 2500만원으로 총 분양가는 26억원에 달한다.
리첸시아 중동의 분양가는 주변에 위치한 대단지 주상복합아파트인 위브더스테이트의 시세 3.3㎡당 1400만~1500만원보다 3.3㎡당 최고 500만원 가까이 비싸다. 시에서 가장 비싼 상동 일대를 기준으로 해도 3.3㎡당 200만-300만원 높고, 펜트하우스는 분당급 수준이다.
부천시는 이 같은 분양가에 대해 인하를 권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리첸시아 중동이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어서 시가 강제로 분양가를 조정할 수 없다.
부천시를 더욱 난처하게 하는 것은 이 같은 고분양가를 시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부천시는 이 부지에 랜드마크 건축물을 짓겠다면 지구단위계획까지 바꿔 이 땅을 당초 예정가(1058억원)보다 훨씬 비싼 1817억원에 팔았다.
특히 부천시는 작년 12월 480억원에 매각하려다가 지구단위계획상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면서 6개월 뒤인 5월에 1058억원에 다시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가 매각한 뚝섬 부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2005년 2월 최고가 경쟁 입찰을 통해 뚝섬 상업용지를 매각하려다가 경쟁이 과열됐다면 돌연 매각을 취소했었다.
그러나 4개월 뒤인 2005년 6월 해당 부지의 감정가를 40%나 올린 채 다시 공매에 나서 평당 최고 7732만원에 땅을 팔았었다. 결국 이 부지를 비싼 가격에 사들인 대림산업(000210)과 한화건설 등은 3.3㎡당 4000만원대, 최고가는 4990만원에 분양 승인을 요청했다.
이 같은 분양가를 받아든 성동구청은 업체가 분양승인을 제출한 지 열흘이 지난 현재도 분양가 심의위원회 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에서 땅을 비싸게 팔아 놓고 분양가를 내리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라며 "시가 분양가 인하 권고를 업체측에 요구해도 순순히 따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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