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 대선 후보들의 공약 중에는 '선심성'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공약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유류세를 20% 인하하는 대신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에 거래세 0.1%를 도입해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정 후보의 이 공약은 대부분 후보들이 국가 예산을 지출하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과 달리 세수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구정환 연구위원은 "연구원 차원에서 논의해 본 적은 없다"면서도 "주식 매도에는 거래세를 물리면서 파생상품 거래에는 세금이 없다는 것은 밸런스(균형)가 안 맞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식 등 현물시장 상품에는 거래세(0.15%)와 농어촌특별세(0.15%) 등 총 0.3%의 세금(탄력세)이 부과되고 있다. 정부가 거둬들이는 주식 거래세는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2004년 1조8995억원, 2005년 3조3647억원, 2006년 3조4266억원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홍범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은 비공식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며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거래세 형태가 아니라 매매 양도차익 과세 등 소득세로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뿐 아니라 선물 옵션 등 거래에도 세금이 부과된다"면서 "다만 거래세 형태로 세금을 부과할 경우 부과 대상을 어떻게 정할 지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 선물과 코스피200 옵션의 계약 금액은 각각 4071조원과 145조원으로 총 4216조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해 유가 시장과 코스닥 시장 총 거래규모 1276조원을 3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대기업 CEO에서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기존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공약들이 많다. 대부분 기업 재직 시절 성공담과 관련돼 있는 것들이지만 국가 경영에도 통할 지는 '미지수'다.
대표적인 것이 유한킴벌리 시절 도입해 성공을 거뒀던 4조 2교대를 국내 기업 전반에 도입하겠다는 공약. 4조 2교대는 공장 근무자를 4개조로 나눠 12시간씩 주간근무 4일 → 휴식 4일 → 12시간씩 야간근무 4일 → 휴식 4일'로 순환 근무를 하는 근무체계다.
이렇게 근무하게 되면 직원들은 연간 180일을 일하고 185일을 쉬게 된다. 쉬는 날 중 일부는 의무적으로 업무와 관계된 교육을 받는다. 기업에 필요한 직원 수가 늘어나게 돼 고용 창출의 효과가 있다.
문 후보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대대적으로 인력감축에 나섰던 대기업들과 달리 4조2교대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유한킴벌리의 여성용품 시장 점유율은 95년 19.9%까지 떨어졌지만 99년 42.5%, 2001년 54.2%, 2003년 62.1% 등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문 후보의 아파트 정책도 눈에 띈다. '반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정부가 시범 시행 중인 토지임대부 아파트와 환매조건부 아파트의 개념을 빌려온 것.
하지만 아파트 1층을 보육, 교육, 문화, 복지 등 공익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은 신선하다는 평가다. 지역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보육과 사교육비 부담까지 덜 수 있다는 것이 문 후보의 주장. 그러나 아파트 설계라는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을 정부가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주택 정책이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이 후보는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택을 매년 12만호씩 '싼값'에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5년 임기 동안 60만호가 공급되는 것. 30대 안팎의 1, 2년차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3분의 1을, 나머지 3분의 2는 지방에 배분한다는 계획.
하지만 별도의 부지와 재원 마련 계획이 없어 젊은 층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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