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기자] 대박을 꿈꾸며 중국 상하이 부동산에 투자했던 강남지역 부유층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정책으로 상하이 푸동을 비롯한 인근 지역의 아파트와 주택 가격이 연일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적지 않은 국내 부자들이 중국에 진출한 부동산 브로커를 통해 상하이와 베이징 등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은행 PB센터 한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은 정상적인 외화송금 경로를 거치지 않고 현지 부동산 브로커를 끼고 환치기 등의 편법으로 돈을 송금, 상하이 등에 아파트를 장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외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는 힘들다"면서 "금융기관이 이를 알선해 줄 수도 없는 만큼, 대부분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인 브로커를 통해 거주증을 발급 받아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거래를 맺고 있던 PB고객들 가운데서도 일부가 개별적으로 중국내 브로커를 통해 거주증을 발급받아 현지에서 아파트 대금의 70%를 빌리고 나머지는 학자금 명목의 송금이나 환치기 등의 편법을 통해 송금한 돈으로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 8·31대책 이후에도 중국 등 해외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PB고객들이 있었지만 중국내 부동산 과열이 심각해 만류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초 상하이 부동산 시장을 직접 살펴보고 왔는데, 부동산 거품이 곧 터질 것으로 판단돼 모든 PB센터에 중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송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브로커를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는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이들(브로커)을 통해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강남권에 살고 있는 부자라고 전해들었다"면서 "상하이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어 이곳에 투자했던 강남 부자들의 불안감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베이징 부동산 시장의 경우 올림픽과 무역박람회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하락폭이 제한 받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은행 중국 지점들이 국내 거주자를 대상으로 중국내 부동산 매입자금을 대출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상하이 부동산 가격은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7.9% 하락했다. 올해초와 비교해 집값이 30%이상 떨어진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공급물량이 쏟아진데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내 부동산 거래에 대해 매매가격의 최고 15%까지 양도세를 물리는 투기억제책을 내놓자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