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5월 경기지표 둔화로 수그러드는 듯하던 중국의 금리인상론이 또다시 불거졌다. 중국 이코노믹옵저버는 인민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올릴 준비를 갖췄다고 13일 보도하며 금리인상론의 불씨를 당겼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역시 14일 "경기과열 진정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원자바오 총리는 두 달 전 긴축정책 구사를 시사하며 세계 경제를 `차이나 쇼크`에 빠뜨렸던 장본인이다. 원 총리의 발언과 금리인상을 연계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리인상설 재부상과 관련, 전문가들은 "5월 경제지표가 잠시 둔화 기미를 보였다고 해서 경기 연착륙(soft landing)을 안심하긴 이르다"는 인식이 중국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10년전 똑같은 경기과열을 격었던 중국 정부가 이번에는 기필코 `선제적(preemptive)` 대응에 성공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금리인상론의 거듭된 곡예..주말거치며 다시 급부상
고유가,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 등으로 5월 중순 이후부터 중국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늘어났다. 정부의 경기과열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과잉투자가 쉬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분기 성장률이 정부의 목표치 7%를 훨씬 벗어난 11.4%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금리인상 찬성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인민은행을 포함한 중국 정부 관계자들도 "5월 물가가 5%를 넘을 경우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지난 주부터 이같은 상황에 변화 기운이 생겨났다. 5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총통화 및 대출증가율이 잇따라 둔화 기미를 보인 것. 경기과열 억제책이 먹혀들고 있다는 기대가 피어났다.
5월 산업생산과 소비자물가 지표는 이같은 인식의 정점에 자리했다. 중국의 5월 산업생산은 전월비 1.6%포인트 감소했고 물가도 전월비 0.1% 하락했다. 정부의 과열억제정책이 약효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늘어났고 금리인상과 같은 공격적 통화정책을 사용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높아졌다.
주말을 넘기면서 그러나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이코노믹옵저버가 인민은행이 대출금리 0.5%포인트, 수신금리 0.25%포인트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믹옵저버는 금리인상 계획안이 이미 정부에 제출된 상태라고도 강조했다.
원자바오 총리와 황쥐 부총리도 가세했다. 원 총리는 "전체 고정자산의 투자는 여전히 큰 규모 이며 정부는 경제 성장세를 누그러뜨리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황쥐 부총리도 CCTV에 출연해 "부동산시장과 고정자산 투자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통화긴축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도 내용에 과장이 섞였다고 종종 평가받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달리 이코노믹옵저버는 중국의 유력 금융 주간지 중 하나다. 차이나쇼크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원자바오의 발언이 갖는 의미도 상당하다. 중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다.
◆금리인상론 근거는 경기지표.."아직 둔화상태 아니다"
전문가들은 경기과열이 다소 둔화됐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연착륙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경기지표 상으로도 이같은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5월 물가가 대표적 예다. 5월 물가는 전월비 하락했지만 전년동월비로 8년래 최고치인 4.4% 증가했다. 이에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개발연구센터(DRC) 시아빈 소장은 "물가 상태로 볼 때 여전히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통화지표나 국내총생산(GDP)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7%, 통화증가율 목표치 17%를 달성하려면 좀더 강력한 경기억제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올들어 5월까지 중국 통화증가율은 꾸준히 정부 목표치인 17%를 넘어섰다. 지난 4월까지는 19%대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5월에는 전월비 1.6%포인트 낮은 17.5%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17%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남은 7개월간 17%란 목표를 맞추려면 향후 통화증가율이 17%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성장률도 마찬가지다. 1분기에 9.8% 성장한 중국 경제는 2분기에 11%대 성장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작년 중국 경제를 덮쳤던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의 반사효과라지만 어쨌든 상반기 성장률만 10%대란 계산이 나온다. 하반기 성장률을 7~8%대로 낮추려면 현 수준의 억제정책만으로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10년전과 다르다..뒤늦은 충격요법 안 쓴다
금리인상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태도도 한 몫하고 있다.
중국은 10여년 전 투자과열→원자재 가격상승 및 물가급등→전반적 경제불안 등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천안문 사태로 경제개방을 늦췄던 덩샤오핑이 92년 광저우에서 `남순강화(南巡講話 대륙 남부 경제특구를 순시하면서 개혁, 개방을 강조한 연설)`를 외쳤기 때문이다.
경제개방을 강조한 남순강화 이후 일시에 투자가 몰리면서 철강과 시멘트 업종 중심으로 극도의 과열이 나타났다. 당시 지방 정부가 과열투자를 주도했다는 점도 현재와 똑같다.
심각한 후유증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통화발행 및 금융기관 대출총액 통제 등 강력한 충격요법을 실시했다. 당시 주룽지 총리는 금리를 11%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경제전반에 급제동을 거는 정책들이 잇따라 실시되자 중국 정부는 4~5년간 심한 몸살을 앓았다.
아픈 기억이 생생한 중국 정부는 이번엔 10년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응 시기를 놓쳐 충격 요법을 쓰지않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 경제를 안정시키자는 의도다.
현재 상황이 당시처럼 심각하지 않은데도 원자바오가 잇따라 경기과열을 우려하는 발언을 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들은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이 말을 듣지 않는 지방 정부에 경종을 울리되 아직까지는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준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과열억제정책 목표는 투자를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중국 소비자들이 30%에 달하는 살인적 인플레로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중국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이번에는 그같은 위험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려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