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종합)

박태진 기자I 2023.07.15 22:01:36

젤렌스키와 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안보·인도·재건 지원
군수물자 지원 지속…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신설로 미래세대 지원
尹 “‘생즉사 사즉생’으로 연대…드니프로 강의 기적 믿어”
젤렌스키 “한국, 우크라 회복센터 건설에 참여해 달라”

[바르샤바=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과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의를 가진 데 이어 두 번째 정상회담도 가졌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이르핀 민가 폭격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양 정상, ‘평화공식 정상회의’ 개최 추진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희망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어려운 시기에 젤렌스키 대통령님의 초청과 특별한 배려에 감사드린다”며 “우선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양 정상은 먼저 우크라이나의 안보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Peace Formula)’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성공적인 ‘평화공식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한국은 주요 개도국들이 평화공식 정상회의에 보다 많이 참여하고, 자유연대에 동참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군수물자 지원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해진 글로벌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와 행동을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 물품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님과의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뢰탐지기 등 안전장비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신속히 전달한 바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약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 5000만 달러의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5월 양국 간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기본협정이 가서명된 것을 환영하고, 한국 재정당국이 이미 배정해 둔 1억 달러의 사업기금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우크라이나 내 온·오프라인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작년에 키이우에 개소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교육기관 재건을 위한 협력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전사자 추모의 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尹 “韓, 자유·평화·번영에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미래세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신설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70여년 전 6·25 전쟁 폐허 속에서 성장과 발전을 이룬 한국 역사를 소환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 70여 년 전 북한의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불법 침략을 받은 대한민국은 전쟁 발발 수개월 만에 국토의 90%를 빼앗기고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에 처했다”며 “그러나 유엔군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최남단 방어선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은 7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님께서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며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님의 관심 덕분에 이제 우크라이나 학생들도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우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며 “저는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집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원해 줘서 감사하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회복 센터 건설에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님께서 오늘 부차와 이르핀 지역을 방문하고 직접 러시아의 점령으로 인한 결과를 보셨다. 그런데 부차 및 이르핀 지역은 러시아 점령으로 피해를 입은 수백만 도시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러시아가 준 피해 규모를 상상할 수 없는 바, 안전 및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 규모도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공동언론발표를 시작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며 “먼저 대한민국의 홍수로 약 20명이 사망한 것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최초의 우크라이나 방문인 만큼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감사함을 표했다.

양 정상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육 기관, 병원, 유치원, 인프라 건설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전후 개혁(transformation)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리 교육 시스템을 지원해주신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양 정상은 또 교통, 경제, 에너지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의 식량 및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원 노력과 전쟁범죄자 처벌을 위한 지원에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많은 국토가 아직 점령돼 있으며, 우리는 러시아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어린이를 포함해 수백만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현재 점령 지역에서 살고 있다”며 어려운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해 대통령 내외분께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주권 수호를 위해 안보 지원 및 인도적 지원 등 포괄적인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준 데 감사하다. 특히 이미 지뢰탐지기와 같은 안전장비가 잘 사용되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으며, 이를 통해 인명을 살릴 수 있는 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평화공식 실현에 대해 언급해주시고, 평화공식의 특별한 항목에 관심을 보여주신데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지원을 통해 글로벌 평화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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