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의 완성은 신발에 있다. 발목 밑 패션도 화려하게 변한다. 겨울엔 신지 못했던 얇은 구두, 발이 예쁘게 노출되는 하이힐이 본격적으로 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패션의 완성을 위해 착용했던 신발이 도리어 독이 되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자료를 분석해보면 무지외반증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겨울인 2017년 1월엔 8398건에 불과했다가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진료환자가 늘어나면서 8월에는 9970건에 이른다. 이 수치는 날씨가 추워지는 10월에 급감해 7919건까지 줄어든다. 무지외반증이 ‘계절성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무지외반증이 이런 ‘계절성 경향’을 보이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신발’을 지적한다. 무지외반증이 어떤 질환인지 먼저 생각해보자.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나머지 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엄지발가락 관절이 튀어나오는 족부 질환이다. 발가락이 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먼저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하루 종일 신고 다니는 신발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예쁘고 불편한 신발을 꺼낸다. 하이힐은 발볼이 매우 좁고 굽이 높다. 그 모양 자체로도 불편함을 야기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연세건우병원 이호진 원장은 “하이힐같은 신발을 신게 되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엄지발가락에 압력이 집중되는데 이 상황이 장시간 지속되면 엄지발가락에 큰 압력이 가해지면서 바깥쪽으로 돌출되면서 무지외반증이 발병한다”고 설명한다.
무지외반증은 여성 발병이 압도적인 병이다. 하이힐이 그 주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이라고 안심해선 안된다. 심평원의 자료에 따르면 남성 무지외반증 환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남성들도 발볼이 좁고 답답한 구두를 즐겨 신는데다가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신발 아래 넣는 키높이 깔창은 하이힐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무지외반증이 다른 합병증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발가락이 돌출돼 통증이 수반되면 걸음걸이가 나빠진다. 나빠진 걸음걸이는 허리와 무릎, 골반을 악화시킨다.
이호진 원장은 “무지외반증을 예방하려면 굽이 낮고 앞볼이 넓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면 밑창에 쿠션 감이 있는지 확인하고 수시로 발 스트레칭을 해 피로를 풀어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업상 불편한 신발을 계속 신어야 하는 경우 ‘발가락 가위바위보’를 하면 도움이 된다. 발가락을 모두 오므렸다가(바위) 나머지 네 발가락을 제외한 엄지발가락만 힘껏 펴는 동작(가위), 다섯 발가락을 모두 오므렸다가 전부 쭉 펴는 동작(보)을 반복하다보면 발가락이 수축된 채로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활동할 때는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신발을 벗고 10회 실시하고, 귀가한 뒤에는 발을 주무르면서 10회씩 실시하면 효과가 크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