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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의 몰라봤습니다]사라져 가는 '대우'…그룹만큼 이름도 '굴곡진 역사'

남궁민관 기자I 2019.03.02 08:28:18
포스코대우가 보유 중인 ‘대우’ 관련 상표권 활용 예.(자료=포스코대우 홈페이지)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름은 단순히 글자 그 차제를 넘어 살아 생전 그 사람이 살아온 삶, 이루어낸 업적 또는 추구한 가치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기업들에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름이 갖는 의미는 큰 듯 보입니다. 기업의 탄생에서부터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어떤 경우 구체적인 사업까지도 담아내기도 합니다. 실질적 가치로 접근해보자면, 이름은 그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또는 제품의 신뢰도마저 가름하는 주요 잣대로 작용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 시장에 기업 이름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중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기업은 37곳이며, 이들은 총 425개 계열사로부터 1조1376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전세계인들에게 알려진 상표권, 즉 이름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대우’, 조금씩 잊혀져간다

최근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이름 하나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바로 ‘대우’입니다. 1967년 소규모 무역업체로 시작해 1995년 계열사 24개로 광속 확장한 ‘신화적 기업’입니다. 1998년에는 삼성을 제치고 재계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대우그룹을 이끈 김우중 회장은 1989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출간해 6개월 만에 판매 100만부를 돌파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1993년에는 ‘세계경영’을 내놓으며 마찬가지로 ‘신화적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습니다. 1999년 부도 이후 대우그룹은 해체됐지만, 현재까지도 곳곳에 대우의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다만 최근 그 이름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점점 대우라는 이름을 지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당장 ㈜대우로부터 역사를 이어온 포스코대우(047050)는 올해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대우를 떼고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꿀 예정입니다. 공교롭게도 대우중공업 조선해양부문에서 출발한 대우조선해양 역시 최근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추진에 따라 어쩌면 곧 이름이 바뀌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애초에 대우를 뗀 기업들도 제법 있습니다. 대우자동차는 2001년 GM에 매각되며 2002년 GM대우로 이름을 변경했지만, 2011년 대우를 떼고 한국GM으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대우종합기계는 2005년 두산 가족이 되는 동시에 곧바로 두산인프라코어로 이름을 달리했죠.

다만 아직 대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대우 건설부문은 꾸준히 대우건설이란 이름으로,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된 이후 미래에셋대우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대우전자는 대우일렉트로닉스을 거쳐 동부그룹로 인수되며 동부대우전자로 바뀌었다가, 다시 최근에는 대유그룹에 인수되며 다시 대우전자로 시장에 돌아온 마당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상표권 보유는 공교롭게도 포스코대우

대우라는 이름은 그 굴곡의 역사만큼 상표권 소유도 다소 복잡하게 얽혀있는 편입니다. 일단 국내 상표권은 대우그룹 해체 당시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으로, 그리고 해외 상표권은 현재의 포스코대우가 소유하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습니다. 이에 현재 포스코대우는 국내 및 해외 163개국에 총 3489건의 상표권(DAEWOO, 大宇, 도형을 비롯한 DAENYX, DAYTEK 등)을 등록·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이를 사용할 경우 브랜드 로열티를 받고 있습니다.

예외 사항들도 존재합니다. 대우건설은 2006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에 영구적인 브랜드 사용료를 납부했고, 미래에셋대우는 해외사업과 관련해서는 아예 대우를 뗀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보통 건조된 선박이 선주사들의 이름을 따는 데다 영문 이름도 DSME을 사용하고 있어 따로 로열티를 내고 있지 않습니다.

포스코대우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대표적 기업들은 대우전자(2017년 기준 71억원), 대우어플라이언스(2억원), 대우전자부품(2억원) 등입니다. 특히 대우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대우가 동남아 및 중남미에 큰 영향력을 갖추고 있어 로열티 지불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대우를 이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또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우전자의 상표권 계약기간은 2020년 6월 만료 예정으로, 포스코대우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포스코대우마저 대우를 떼내는 상황에서 대우전자의 고민도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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