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했는데요. 대통령이 직접 `한턱` 쏠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알고 보니 군 소음 피해자들에게 줘야 할 돈이었기 때문에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미리 배정된 예산을 막 전용해도 되는 걸까요? 불현듯 회계상의 문제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회계 읽어주는 남자가 알아보지 않을 순 없겠지요?
먼저 ‘군 소음 피해 배상금’은 일종의 충당금입니다. 기업에서 충당금은 앞으로 나갈 것이 확실한 비용을 미리 손실로 털어내는 계정이지요. 대출을 해 준 돈이 떼일 것 대비해서 쌓아두는 것이 대손충당금,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 피해자에게 줘야 할 비용은 손해배상 충당금, 건설회사가 예상 손실을 합리적으로 추정해 미리 손실로 털어내는 것이 공사손실충당금이란 계정들입니다. 이렇게 미리 손실로 털어내지 않으면 이 돈들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될 테니 주주 배당금이나 시설 재투자 등으로 써버릴 우려가 있어 이렇게 없는 돈인 셈 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각종 충당금은 회계상의 계정일 뿐 실제 현금을 어딘가 금고에 넣어 놓고 쓸 수 없도록 묶어둔 돈이 아닙니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으니까요. 이익을 줄여 쓸데없는 데 지출을 하지 않도록 장부에만 기록해 둔 것이지요. 당기순이익이든 손실이든 매출 거래가 발생하면 생겨나는 ‘발생주의’ 회계에서 비롯된 것이지 실제 현금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간 것은 아닙니다.
실제 현금을 절대로 쓰지 못하게 묶어두는 충당금은 퇴직급여충당금 정도가 될 겁니다. 직원이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면 회사는 퇴직금을 줘야 하는데, 회계장부에만 퇴직급여충당금이라고 기록해 놓고 실제로는 내줄 수 있는 현금이 없다면 매우 난감해지겠지요.
이런 원리를 적용하면 군 소음 피해 배상금 1308억원도 회계장부상의 충당금으로 미래에 지출될 돈으로 처리된 계정일 뿐입니다. 1308억원을 금고에 꽁꽁 묶어둔 것은 아니지요. 여기서 12억원을 빼서 특별간식을 샀다손 치더라도 실제로 피해 배상금으로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이 계정에 잡아놓은 금액은 무조건 피해자들에게 지급돼야 하는 겁니다. 슬쩍 빼낸 돈 때문에 배상금 지불할 돈이 모자라는 상황이 생기면, 예산을 더 배정하는 한이 있어도 피해 배상은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죠. 회계장부에도 그렇게 쓰도록 설정해 놨으니까요.
그럼에도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충당금을 전용했든 간에, 그 돈은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인데 마치 대통령이 국군 장병에서 ‘하사했다’고 생색을 내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저 군인들 고생한다고, 국민이 더 열심히 국방의 의무를 다해 달라고 주는 간식이라고 표현해도 될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