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전관예우’ 우려를 이유로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를 반려한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가 최근 퇴직한 검사장 5명의 변호사 등록은 수용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검사장 또한 전관예우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변협이 법원과 검찰에 각기 다른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급 5명 한달 새 잇따라 개업
대한변협에 따르면 지난 2월 퇴임한 송찬엽(54·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동부지검장과 이건주(51·17기)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한무근(51·17기)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경식(51·17기) 전 수원지검장, 강경필(51·17기) 전 대검 공판송무부장 등 올들어 퇴임한 검사장 출신 5명은 변호사 등록과 개업신고를 마치고 최근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평소라면 문제없을 이들의 개업을 두고 논란이 빚어진 것은 변협이 ‘전관예우’ 타파를 앞세워 차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반려하는 방법으로 변호사 개업을 가로막은 때문이다. 전관예우 관행을 법조계에서 퇴출하겠다는 변협의 명분 대로라면 검사장 출신 변호사 개업 또한 제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청에 전화를 넣어 이뤄지는 소위 ‘전화변론’은 검사 출신이, 그중에서도 고위직 전관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게 법조계의 상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검사는 기소 전 단계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부터 시작해 막강한 재량을 갖고 있어 전관예우의 폐단이 사실상 끝까지 남을 수 있는 곳이 검찰 조직”이라며 “검찰 전관예우의 폐단이 법원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다”고 말했다.
변협 “검찰총장 개업도 심사”
장관급인 대법관과 차관급인 검사장을 동일 선상에 놓고 재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사장급 검찰 간부의 변호사 개업을 차단할 경우, 법원은 고등법원 부장급까지 동일한 제한을 받아야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적용 대상이 과도하게 넓어진다. 변협은 대법관이 사법부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는 상징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협 대변인 한상훈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상고심 사건을 독점하는 전관예우의 가장 전형적인 위치이기 때문에 차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반려한 것”이라며 “대한변협은 대법관에 준하는 지위로 여겨지는 검찰총장 출신이 변호사 개업을 신고하면 이 또한 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변협이 개업신고 반려라는 방법으로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가로막고 나선 것을 두고 법적인 근거 없는 월권행위이라는 비난과 전관예우 관행 퇴출을 위한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에는 개업 신고 거부나 반려, 처분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사장은 되고 대법관은 안된다는 것은 대한변협의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지 못하는 변호사법이 위헌이라면 ‘김영란법’처럼 헌법소원을 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