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군사정권 시절 인권유린이 자행됐던 남산 옛 중앙정보부 건물이 이르면 11월 중순에 철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9일 "남산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옛 중앙정보부 건물인 시 균형발전본부 청사(2449㎡) 철거 공사를 이달 말이나 늦어도 내달 초에 발주키로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발주 후 철거 사업자가 선정되면 11월 중순이나 12월 초에는 철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일부 시민단체에서 옛 중앙정보부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철거 시기가 다소 유동적인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앙정보부 건물을 철거키로 한 방침은 변함이 없으며 이를 시작으로 남산별관, 소방재난본부 건물 철거공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시 균형발전본부 청사 철거 공사에 착수한 데 이어 2011년 중 남산별관(연면적 3885㎡)과 소방재난본부(2074㎡) 건물 철거공사를 집행할 계획이다. 당초 2011년 철거키로 했던 교통방송(1962㎡) 건물은 다소 시기가 늦춰질 전망이다.
옛 중앙정보부 건물 철거를 시작으로 남산 르네상스 사업도 본궤도에 오른다.
서울시가 지난 3월4일 밝힌 남산르네상스사업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시는 2014~2015년 사이에 회현동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4002㎡), 남산시립도서관, 남산공원관리사무소, 용산구 한남동 남산맨션 옆 외국인종교휴양지(1만9710㎡) 등을 대체지역을 확보한 뒤 철거키로 했다.
또 시는 남산에 산재한 근린체육시설 19곳과 편의시설 6곳도 단계적으로 이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장충동 리틀야구장(6014㎡), 장충테니스장(1만545㎡), 신약수 배드민턴장, 국궁활터, 장충체육회도 철거대상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지난 8일 자연형 계곡 조성사업(물줄기 복원)을 남산 르네상스 사업에 신규 포함해 시행키로 했으며 훼손된 남산 성곽(4.13km) 복원 사업도 연내 발주할 계획이다.
장기사업으로 현재 1개뿐인 봉수대도 5개로 복원하는 한편 장충단비 등 남산 내 문화재와 백범동상, 소월시비, 유관순동상 등 24개 동상기념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시는 이와는 별도로 남산 인근지역을 회현·예장·장충·한남 등 4개 지구로 나누고 개별 특화지역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시민단체인 `역사를 여는 사람들`은 역사신탁 사업의 일환으로 남산의 옛 중앙정보부 본관과 별관 등 4개 건물을 근현대 역사 유적으로 지정해 2011년 아시아 인권과 평화 박물관으로 개조키로 하고, 서울시에 옛 중앙정보부 철거를 유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