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손해보험사의 실손(實損)형 개인의료보험 보장한도를 100%에서 90%로 낮춘다고 발표하면서 보험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손형 개인의료보험이란, 개인이 병원에서 내는 치료비를 100% 보장해 주는 일종의 민영 건강보험이다. 이 보장 비율이 10월부터는 90%로 낮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다음 달 15일쯤 규정을 바꾸기 전까지 실손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에 한해서는 기존 계약자와 마찬가지로 첫 계약뿐 아니라 3~5년 뒤 계약 갱신 때에도 계속 100%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보험 소비자들은 제도가 바뀌기 전에 '100세 만기, 100% 실손 보장형' 같은 보험상품에 서둘러 가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손보사들은 한 번만 가입하면 100세 노인이 될 때까지 질병 및 상해 의료비를 100% 보장해 주는 상품을 팔고 있다. 기존에는 보험 만기가 길어봤자 만 80세였다. 이미 현대해상·동부화재의 경우 고령화 추세에 힘입어 전체 가입자의 절반 가까이가 100세 만기형을 선택하고 있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정부의 규정 개정을 이용해 "지금 당장 100세 만기형에 가입해 둬야 평생 100% 의료비 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황별로 득실을 잘 따져보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직 실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조만간 가입할 계획이라면, 100% 보장형 상품이 사라지기 전에 100세 만기형으로 가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보험 보장기간이 60세, 70세 등으로 짧은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는 갈아타기를 고민해 볼 때다.
양세정 재무컨설턴트는 "이미 가입한 보험에서 만기가 짧은 실손의료비 특약만 골라내 부분적으로 해지한 다음, 만기가 100세로 긴 100% 보장형 실손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실손 보험은 중복으로 가입해 봤자 중복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상품에 동시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보통 만기가 만 15~30세인 어린이 보험은 반드시 100세 만기형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100세 만기형은 어린이 전용 특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 관련 보장(폭력·납치 위로금 등)이 다소 약하기 때문이다. 또 아이에게 100세가 될 때까지 옛날 보험을 계속 유지하라고 강요하기엔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진화한 보험이 얼마든지 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