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응답자의 40%가 욕실에서 독서를 하고, 12%는 영화·TV감상, 9%는 스트레칭을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욕실에서 속옷이라도 빨려면 마땅한 공간이 없고 샤워기 물이 변기 옆에 놔둔 책에 튀어 젖는 일이 다반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서양식 주거 형태인 아파트가 대거 도입되면서 서양식 욕실이 일방적으로 공급됐고 한국인들의 생활 습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욕조도 사실은 별 필요 없는 물건이다.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목욕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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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건설사들이 한국인들의 생활 습관에 맞는 '한국형 욕실'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한국인의 생활습관에 맞는 욕실을 7가지 형태로 만들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레인보우 욕실'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욕실에서 쉽게 빨래를 할 수 있도록 수납형 '빨래판'을 설치하는 것도 아이디어 중 하나. 소형 아파트에는 전신욕조 대신 공간 활용도가 높은 반신욕조를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
삼성물산도 아파트 입주자 심층조사를 바탕으로 '한국형 욕실공간'을 만들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욕조에 편하게 걸터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 목욕할 때 편하게 '때'를 밀 수도 있고 발만 씻을 때도 편리하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욕실에서 '서양 사대(事大)주의'가 깨지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신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