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수출 ‘쌍두마차’ 탄 韓경제…내년 ‘2%초반’ 성장률 전망”[만났습니다]①

강신우 기자I 2025.11.14 05:02:00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내수 회복세에 물가 2% 초반 유지…
환율은 1400원 안팎 등락 예상”
“미국은 고관세에 물가 상승압력↑
저금리 기조도 유지 못할 가능성”
“AI로 생산성 혁신, 성장률 끌어올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한국 경제는 인공지능(AI)과 수출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내년 2% 초반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의 고율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고 현지 투자 등으로 물가와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재정·통화정책의 균형이 중요하다.”

김흥종(61)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김흥종(61)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AI 대전환과 수출 회복세가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다자 협의가 본격화되면서, 내년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부터 2024년 초까지 한국APEC학회장을 맡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련 정책 및 학술 협력 네트워크를 이끌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보호무역주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김 전 원장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이 AI 대전환에 속도를 내야만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은 디지털 혁명에는 성공적으로 편승했지만, AI 대전환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다행히 현 정부 들어 AI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며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기술력, 인프라, 정책 의지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GPU 5만 장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확실한 정책 시그널”이라고 했다.

이어 김 전 원장은 “AI 산업 확산에 따른 생산성 향상,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 그리고 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심리 개선이 동시에 작용한다면 내년에는 2% 초반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원장은 내년 수출 전망과 관련해선 “내년 수출은 조선·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특히 조선산업은 팬데믹 이후 인력난이 심화했지만,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노동력과 기술 교류가 활발해지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미 조선협력은 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AI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와 GPU용 첨단소재·칩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대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으로 입지를 강화한다면, 수출 확대 여력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환율과 물가는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에도 환율은 1400원 안팎 등락을 예상한다. 더욱이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로 외환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물가는 (확장적 재정으로) 내수 경기가 좋아지면서, 2% 초반대 수준이 될 것 같다.”

-이번 관세협상 타결의 의미는.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 건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다. 유럽연합(EU)·일본과 경쟁 여건이 동등해졌다. 관세 부담이 줄면서 미국 내 생산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 물량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것이고 대규모 현지 투자 확대와 연계해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산업별 협력 기회도 열릴 수 있다.”

-고율관세가 뉴노멀이 됐다. 미국의 보호무역이 내년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관세를 발표하고 또 그것을 유예하면서 수출·수입업자들이 선적을 앞당겨 재고 선주문 효과가 작동했다. 이에 소비자물가로 전가가 지연된 측면이 있다. 고율 관세가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물가상승 압력이 더 세질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망은.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올려도 물가가 안 오르다”는 말을 자신 있게 했지만, 내년에는 안 통할 것 같다. 재고 선주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고율관세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특히 미국이 그 압력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다. 이에 저금리 기조도 유지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AI 대전환을 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봤는데, 현재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AI 산업 전반을 보면 한국은 세계 7~8위권이다. 미국과 중국은 독보적이고, 영국·캐나다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디지털 전환 시기마다 빨리 캐치업한 경험이 있다. 이번 정부 들어 AI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어 적기 투자와 진행 속도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도약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부의 GPU 확보 계획도 주목받고 있는데.

“정부가 2030년까지 GPU 5만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한 AI정책 시그널이다. 정부가 직접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이 AI 중심국가로 나아가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이다.”

김흥종(61)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AI 대전환이 한국경제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나.

“AI 대전환은 생산성의 전면적 혁신을 이끌 수 있다. 행정·금융·의료·제조 등 거의 모든 산업의 효율을 높여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AI 덕분에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AI 대전환을 위해서는 전력 확보도 중요해 보이는데.

“탄소 배출이 적은 전력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풍력·태양광 모두 동원해야 한다. 국내 원전은 입지나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 중장기 축이고, 단기 전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현실적이다.”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단 지적도 꾸준한데.

“고령화 저출산 해소나 인구구조 변화 등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국토 이용의 혁신’이다. 경부 축을 중심으로 경기도 판교·기흥에서 시작해 동탄을 거쳐 세종 및 충청권까지 이어지는 라인에 첨단 연구소, 반도체·AI·바이오 공장, 대학·병원 등 고급 인프라를 집적하면 세계의 우수 인재들이 찾아오는 한국형 실리콘밸리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또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전력이 풍부한 지역 근처에 공장을 배치해 송전 부담을 줄이고, 탄소배출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경제 도약을 위해 정부가 할 역할은.

“정부는 단기 경기 대응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중장기 비전을 국민에게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APEC 등 대외현안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국토 활용·공급망 안정·AI 대전환 등에 대한 일관성 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김흥종 전 대외정책연구원장은…

△1964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 박사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의장 △한국APEC학회 회장 △한국·EU학회 회장 △아·태·EU학회 회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태국개발연구원(TDRI) 국제자문이사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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