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일주일에 1~2건은 주차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사무실이 있는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악성주차’ 때문. 이씨는 “주차장 출입구에 차를 떡하니 세워두고 사라져 오후 11시까지 차가 움직이지 못했다”며 “경찰에 이따금 신고하지만 ‘민사로 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만 말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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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주차 때문에 불거지는 시민들의 불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은 관련 법리를 적극 해석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입구 보복 주차’는 이 같은 논란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사례다.
지난 4월 경기 양주시 옥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차량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구를 가로막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차주는 “관리사무소 측에서 차에 붙인 주차 위반 스티커를 직접 떼라”고 항의하며 이같은 행위를 했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돌아가야만 했다.
당시 입주민들은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국 곳곳에서 잊을만 하면 벌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이씨의 사례처럼 사업장 앞을 가로막은 차량 등 크고 작은 주차시비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경찰들 역시 곤란하기는 매한가지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김모 경감은 “하루에 민폐주차 관련 신고가 1~2건 들어오지만 출동을 해도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추가 시비가 붙어 폭행 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 선도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양모 경사는 “사유지의 경우 도로교통법을 적용하기 어렵고 건조물침입죄 역시 적용하기 곤란하다”며 “강제력이 없다 보니 보통 차주에 전화를 걸어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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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유지에서 발생하는 주차 갈등은 현행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현재 민페주차는 ‘도로교통법’, ‘건조물침입죄’, ‘업무방해죄’로 조치할 수 있지만, 사유지의 경우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도로교통법 적용이 어렵고 건조물침입죄의 경우 남의 사유지에 침입해야 성립하는데 아파트 같은 공용 사용공간에서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 불편이 계속되자 경찰은 강경한 대처를 예고하고 있다. 업무방해 등 다양한 해석을 적용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달 7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를 10시간 넘게 막은 승합차를 견인하고 운전자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관련 법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과감하게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고질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이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성주차를 해결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권효경 변호사(법무법인 동주)는 “사유지 내 불법차량 차주가 사유지의 본질적 용도를 해하는 경우 차량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악성주차에 대해 사유지에서도 견인하거나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3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