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짝퉁 판매 금지법’ 나온다

백주아 기자I 2023.07.07 09:32:01

이원택 의원 ‘상표법 일부개정안’ 대표 발의
통신판매중개업자 상표권 침해 모니터링 의무화
오픈마켓 상대로 특허청장이 행동규범 요구 가능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보호”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쿠팡 등에서 앞으로 해외 유명 럭셔리 브랜드나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의 짝퉁 상품이 판매됐을 경우 중개 플랫폼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또 오픈마켓, 온라인 플랫폼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 상표권과 전용사용권 침해가 발생하는지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의무도 강화된다. 지식재산권 주무부서인 특허청이 국내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권리 보호를 위한 자율적 행동규범까지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에이블리 어플리케이션 ‘예일’ 검색 화면. 상표권을 무단 도용한 가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7일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부안)이 대표발의한 ‘상표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표권, 전용사용권 등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지난 3일 발의된 이 개정안은 4일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회부됐다.

이원택 의원은 “최근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위조상품 유통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온라인 시장에서 팔린 위조상품이 41만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사했다. 이 중 대다수의 위조상품은 네이버, 쿠팡, 11번가, G마켓 등의 국내 거대 온라인 플랫폼사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에서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란 법률’에 의거해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 기업들이 각자의 온라인몰에서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 행위가 발생하는지 확인하도록 상표법 ‘제114조의2(통신판매중개업자의 책임 등)’ 항목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통신판매중개업자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네이버 쇼핑, 쿠팡, 11번가 등이 있다.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도 해당한다. 개정안은 특허청장이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를 인정해 통보한 경우에 통신판매중개업자가 해당 상품을 판매 중단하고 계정 삭제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한 것도 핵심이다.

특허청장은 소비자 권익 보호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거래에서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신판매중개업자 혹은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같은 판매사업자단체가 자율적으로 행동규범을 제정하도록 권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법적 의무조치를 취하지 않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 동안 이커머스 시장에서 많은 기업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픈마켓들이 수많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짝퉁을 아무렇지 않게 판매하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이름 그대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만 운영하기에 거래 자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오픈마켓, 심지어 일부 온라인 플랫폼에서 지식재산권 위반 행위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패션 업계에서는 국내 중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를 겨냥한 카피 상품이 물밀듯 쏟아졌다.

지난 2월 국내 중소·신진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가 힘을 합쳐 설립하기로 뜻을 모은 ‘한국브랜드패션협회’도 온라인 패션 시장에 만연한 디자인 카피 및 위조상품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100여개 이상 회원사가 모인 한국브랜드패션협회는 현재 정부의 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오픈마켓에서의 위조상품 판매는 명백한 상표권이나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로서 기업이나 제품이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정체성을 잃게 하고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리고, 무엇보다 중소 영세업체의 경우 도산 위기에도 빠뜨릴 만큼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대형 오픈마켓 업체들은 위조상품 판매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노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대형 플랫폼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믿고 위조상품을 정품인 줄 알고 구매하고 있으나 정작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권리 보호에는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방식의 차이를 존중해달라는 이유로 가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던 오픈마켓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큼 상징적인 법 개정이 첫 발을 뗀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이커머스 업체들이 다시금 브랜드의 가치를 존중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