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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협력으로…이재용, 정의선·구광모와 미래 위한 맞손

김응열 기자I 2023.06.11 15:10:09

삼성, 현대차에 차량용 OLED와 시스템 반도체 공급
삼성-LG ‘OLED 동맹’도 가시화…LGD 패널 삼성으로
총수 세대교체 후 갈등 희석…’윈-윈’ 사업협력 모색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과 손을 잡는다. 현대차에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로 한 데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도 납품한다. TV 등 가전시장에서 연일 부딪히던 LG와는 OLED 동맹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로를 향해 무작정 날을 세우는 대신 사업 확장을 위해 서로 ‘윈-윈’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사진=각 사)
삼성전자·삼성D, 현대차에 반도체·OLED 공급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현대자동차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오는 2025년 공급을 목표로 협력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005380)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량용 시스템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실시간 운행정보와 고화질의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 등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지원한다.

엑시노스 오토 V920.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부품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는 현대차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현대차 플래그십 모델 제네시스에 공급하기로 했다.

說 무성하던 삼성-LG ‘OLED 동맹’, 83형 TV로 기대감↑

삼성은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는 LG와도 협업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국립전파연구원에 83형 OLED TV 제품의 전파인증 적합성 평가 적합등록을 마쳤다. 일반적으로 적합성 평가를 받은 제품은 가격, 유통 조율을 남겨둔 출시임박 제품으로 간주한다.

보통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납품 받아 TV를 만든다. OLED 패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조하는 퀀텀닷(QD)-OLED 패널은 77형이 최대 크기다. 83형을 제조하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이에 2년 넘게 설만 무성했던 패널 납품 협상이 조만간 극적 타결되면서 삼성과 LG의 OLED 동맹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O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선대회장 때 커진 그룹간 갈등…3·4세 총수 들어 긴장 완화

그간 삼성과 현대차·LG는 협력보다 경쟁관계가 두드러졌다. 자동차에 애정이 깊었던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현대차가 자리잡고 있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가는 1980년대에 전자제품 제조사 현대전자를 설립한 데 이어 외환위기(IMF) 이후 LG반도체도 인수합병해 현대전자의 덩치를 키웠다. 훗날 삼성과 현대 모두 각각 자동차와 반도체사업을 정리하며 두 재벌가문의 경쟁구도는 일단 완화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삼성이 언제든 자동차업에 재진출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가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할 때도 경계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90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급사로 하만이 아닌 LG전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G90의 전신 EQ900의 경우 하만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납품했는데 공급사를 바꾼 것이다.

삼성과 LG의 갈등은 더 치열했다. 1968년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사돈관계이던 LG 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에게 전자산업에 뛰어들겠다고 예고하면서 두 그룹의 경쟁이 시작했다.

조성진 전 LG전자 사장. (사진=연합뉴스)
두 그룹간 갈등의 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세탁기 파손 사건이다. 독일에서 가전전시회 IFA가 열리던 2014년 9월,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 등이 독일 베를린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를 받았고 삼성전자는 독일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수사기관에도 조성진 사장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의뢰했고 LG전자도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삼성전자 임직원을 맞고소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때…국내 그룹간 협업 환영”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룹 총수들이 세대교체된 이후 갈등이 일부 희석된 데다 공식석상에서 자주 마주하면서 갈등보다 협력을 기반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회장들이 그룹을 이끌 때는 국내 시장을 놓고 싸우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대부분 글로벌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며 “그룹 총수들이 경제사절단 같은 행사에서 자주 만나 관계를 쌓으면서 국내 그룹이 아닌 외국 기업과 경쟁하려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총수들의 세대교체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선의의 경쟁은 하되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적절한 협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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